"혹시 올해 롯데가…?"

이젠 성적보다 응원 문화 즐기자!

by 연산동 이자까야

2006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28일 개막합니다. 겨우내 기다렸던 야구팬들은 가슴이 설렙니다.


보통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썼습니다. 2002년 그 유명한 백인천 감독 시절부터 오랫동안 롯데 자이언츠를 취재했습니다. 사직야구장 안팎에서 감독, 선수, 프런트를 만나 꽤 깊게 야구단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살짝 곁길로 벗어난다면 개인적으로 야구장에서 치맥의 세계에 빠진 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전에는 10년 넘게 사직야구장 기자실에서 직업으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때 치맥은 꿈도 못 꿨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정규리그 개막 전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기사가 있습니다. 각 구단 성적 예상입니다. 편의상 여기선 롯데만 다루겠습니다.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롯데 전력은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롯데 팬들은 대충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겁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언론은 새 얼굴을 집중적으로 부각합니다. 저 역시 초창기에 감독이나 프런트의 말에 속아(?) 열심히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규리그 개막전 스타팅 라인업을 보면 그 선수들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프로야구는 한 시즌 140경기 이상 치르는 대장정입니다. 한 선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적어도 2~3시즌 평균 성적을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새 얼굴이 그 라인업에 들어가려면 엄청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정도로 프로의 벽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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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롯데 팬들은 스프링캠프부터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화도 많이 났죠. 훈련에 전념해야 할 선수들이 엉뚱한 곳에 왜 갔을까요? 그 결과 롯데가 자랑하는 '윤나고황'의 핵심 멤버 2명이 빠졌습니다. 한마디로 대만에서 날아온 비보였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거포 한동희가 시범경기 초반에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그때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동희는 상무 유니폼을 입기 전인 2024년 시범경기에서도 옆구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고전했습니다.


지난해 깜짝 등장해 관심을 모았던 박찬형마저 손바닥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일부 언론은 '롯데 내야 쑥대밭'이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마운드에서 전천후로 활약한 박진의 부상입니다. 롯데는 개막 전 너무 많은 자원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시범경기에서 8승 2무 2패로 단독 1위를 차지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반응은 양쪽으로 나뉘었습니다. 일단 "봄데가 또 봄데 했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통산 13차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시범경기 기세가 정규리그에 그대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한국시리즈에서 단 2번 우승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우승이 1992년이었습니다. 벌써 34년이 지났습니다.


또 하나의 반응은 "혹시 올해는…?"이었습니다. 롯데 팬이라면 겉으로 아닌 척해도 속으론 일말의 기대를 품습니다. 물론 정규리그가 시작되면 몰래 가졌던 기대마저 사르르 사라집니다. 올해도 일단 기대를 품습니다. 근거는 시범경기 1위입니다. 주력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공은 둥글고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어서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야구 해설가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성적 예상입니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라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따지기 좋아하는 기자나 팬은 꼭 시즌 전 해설가들의 예상과 시즌 중 실제 성적을 비교해서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성적 예상 대신 두 가지 포인트만 짚어 보겠습니다. 일단 시범경기 성적입니다. 예전 모 감독은 시범경기에 대해 "이것저것 테스트하는 게 시범경기 아니냐?"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팀의 전략적 플랜입니다. 팀마다 고유의 사이클이 있습니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팀 전력이 상승할 때가 있고, 떨어질 시기도 있습니다. 만약 개막전에 팀 사이클을 맞춘다면 시범경기부터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시즌 초반 달아올랐다가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4, 5월에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개막전 이후로 팀 사이클을 맞춘다면 서서히 팀 전력을 끌어올려 5월 이후 뜨거워집니다.


롯데가 사이클과 상관없이 기본 전력이 강해졌다면 몇 차례 고비를 맞아도 시즌 막판까지 지금 성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팀 사이클과 연관이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야구계에선 6월 이후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예전 롯데 허문회 감독은 8월에 치고 올라간다는 뜻으로 '8치올'을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이후의 순위 경쟁이 가을 야구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해 롯데가 그 어려운 걸 해내며 야구계의 뿌리 깊은 정설을 깼습니다. 작년 8월 12연패의 참사를 기억하시죠?


더 깊게 파고들고 싶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롯데와 야구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야구장에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팬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면서 신나는 응원 문화를 즐기고 나면 야구장이 단순히 야구만 보는 곳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아,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야구장 티켓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그렇게 어렵다는 야구장 티켓 예매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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