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 A 씨는 주유소에 갈 때마다 바뀌는 가격표를 보며 한숨부터 내뱉습니다. 끝을 모르고 치솟다 잠시 진정세를 찾았던 유류비가 전쟁이 장기화될 기미가 보이자 다시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주유를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유류비 인상 압박이 심합니다. A 씨는 “중동사태 전보다 주유비로 쓰는 비용이 늘었다”며 “우리처럼 ‘차량이 곧 일터’인 사람들은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어느덧 한 달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에너지 대부분을 중동산에 의존하는 한국은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차량을 업무에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현실화됐죠.
하루 종일 차량으로 이동하며 방문 점검을 하는 점검 노동자들은 유류비 인상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점검 노동자는 자신의 차량을 타고 다니며 주유 역시 사비로 부담합니다. 배달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류비가 상승해도 건당 수수료는 오르지 않아 중동전쟁 전보다 수입이 줄었습니다. 방문·배달 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유류비 상승으로 타격을 입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이 없습니다.
화물업계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25t 화물차 기준 한 달 사용하는 경유는 약 3067ℓ입니다. ℓ당 100원이 오르면 순소득이 30만 원씩 줄어드는 구조인데, 부산을 기준으로 중동사태 전 1600원대였던 유류비가 1800원대까지 올라 약 60만 원의 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유가보조금 정책에서 소외돼 있는 전세버스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 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노선버스와 택시, 화물차 등은 경유 사용분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전세버스 약 4만 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전세버스 업계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유가보조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 불안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시적이라도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