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바람이 부는 모양입니다. 부산시장 선거 때만 되면 꼭 등장하는 공약이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눈치채셨습니까? 바로 북항 야구장 건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북갑) 의원이 부산항 북항에 돔구장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전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바람·미세먼지 걱정 없이 시즌에는 야구를, 비시즌에는 전시·공연·쇼핑·여가를 마음껏 즐기는 돔 야구장을 만들겠다.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부산을 위해 이미 상당 부분 검토를 마쳤다"며 "화끈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썼습니다.
그러자 같은 당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북항 야구장 건립에 저 역시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건설비와 운영비를 함께 고려한다면, 부산은 돔이 아니라 ‘바다’가 경쟁력이 있다. 닫힌 야구장이 아닌 열린 야구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방향이 다릅니다.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은 글로벌 공연장 건설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 오션 돔(Busan Ocean DoMe, BOM)’ 공약을 공개하며 "북항은 KTX, 국제여객터미널과 맞닿아 있고, BuTX로 가덕도신공항과 18분 만에 연결되는 천혜의 입지"라며 "이곳 10만9090㎡(약 3만3000평)에 최첨단 개폐형 아레나인 부산 오션 돔을 만들어 BTS 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가 찾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장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당 박형준 시장은 아직 언급이 없습니다. 별도의 북항 활용에 대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항에 돔구장 또는 개방형 야구장을 건설하는 건 부산 야구팬의 로망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아픈 기억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2018년 3월이었습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3일)를 석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서병수 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직구장을 개폐형 돔으로 바꾸어 짓는 '사직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야구팬들은 드디어 부산에 돔구장이 건설될 것으로 잔뜩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석 달 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부산시는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거돈 시장의 인수위원회에 "오 시장의 공약에 따라 북항 재개발 예정지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동래구 사직동의 돔구장에서 북항 재개발 예정지의 개방형 야구장으로 위치와 형태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석 달 만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습니까?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중요한 건 누구라도 약속을 이행했으면 됩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계획에 그쳤고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시가 발표할 때마다 계획은 수정됐고, 완공 시기도 미뤄졌습니다. 2025년 또는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또 2029년으로, 마지막으로 2031년까지 늦춰졌습니다. 일명 '사직구장 재건축 실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7월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행정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본지가 기획 시리즈 기사로 분석했을 만큼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본지가 지적했던 변수 중 하나가 지방선거였습니다. 겨우 첫걸음을 뗀 사업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짚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산 야구팬은 북항의 돔구장이든, 개방형 구장이든 모두 환영합니다. 사직야구장 재건축도 좋아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그동안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야구팬들의 가슴에 상처와 불신만 남았습니다. 그들이 약속을 지켰다면 부산 야구팬은 벌써 새로운 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하고 있을 겁니다.
어디에, 어떤 형태의 야구장을 짓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야구팬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후보가 부산시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