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면

by 연산동 이자까야

영화 007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본드카. 방탄유리는 기본. 잠수함으로 변신하거나 번호판을 바꿔 정체를 숨기기도 합니다. 16일 부산에서 가변 번호판을 달고 다니던 40대 운전자 A 씨가 경찰에 적발(자동차관리법 위반)됐습니다. A 씨는 위조된 번호판을 롤스크린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아우디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 경찰은 A 씨가 가변 번호판 장치를 어디서 구매했는지 조사 중.

21764_1639646170.jpg 익명의 기부자가 보내온 5000만 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가짜 번호판이라는 가면을 이용한 A 씨와 달리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천사도 있습니다. 이날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는 현금 5133만7030원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는 손편지를 통해 ‘내년에는 모든 난치병 환자들이 온갖 역경을 이겨낸 헬렌 켈러처럼 꿈·용기를 잃지 않고 하루 속히 완치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적었습니다. 사회복지모금회는 기부자의 필체가 지금까지 4억8300여만 원(누적)을 기탁한 인물의 편지 필체와 똑같은 점으로 미뤄 동일인일 것으로 추정. 언제부턴가 전국의 익명 기부자는 ‘김달봉’으로 불립니다. 2016년부터 전북 부안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러 오는 남성이 “김달봉 대리인”이라고 소개했기 때문. 김달봉이 실명인지 가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김달봉은 종이 쇼핑백에 1억2000만 원의 성금을 넣어 왔다고 하네요.


누군가는 위대한 일을 하고서도 ‘가면 증후군’에 시달립니다. 아인슈타인은 “내 필생의 업적에 대한 과장된 평가는 나를 아주 아프게 만든다. 마치 사기꾼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가면 증후군 유병자는 현대 사회에 들어와 더 늘어나는 추세. 무한경쟁의 성과주의 탓에 70%가량이 평생 한 번 이상 겪는다고 합니다. 허위경력으로 남을 속이는 행위 역시 누군가를 이기려는 강박의 산물일 수 있습니다. 나쁜 시대에 착한 가면을 쓴 김달봉은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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