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지 않았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치마는 무릎을 덮지 않도록 한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의 생활 규칙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이름표 위치와 스타킹 색깔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은 지양하라’고 명시한 중학교도 있다고 하네요. 이순영 부산시의원이 중고생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이 20일 부산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조례안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인권교육 실시와 학생인권보호전담기구 설치를 담고 있습니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도 포함돼 무분별한 복장·두발 규제와 소지품 검사를 금지. 그러자 몇몇 교원단체는 “교육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 부산교사노동조합도 “교권 보호와 교권 침해에 대한 조례도 함께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 반면 청소년인권단체와 부산학부모연대는 찬성하는 분위기.

21764_1642669627.PNG 지난 2019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와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연대 회원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더불어민주당 당론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이날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교육 당사자의 권리·의무와 연관돼 있어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렸다고 하네요. 결론은 ‘조례안 심사 보류’.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존중하고 실천하면 될 일을 조례로 제정하는 것은 조례 만능주의이자 과잉 입법”이라고 환영. 반면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가도록 하자는 데 왜 합의나 논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부산학생인권조례는 2016년에도 제정 시도가 있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반대가 심하자 이듬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 현재 서울 전북 광주 충남 경기 제주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입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제정된 곳이 없습니다. 조례를 발의한 이 의원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여러 의견이 쏟아지다보니 의원들의 고민이 컸던 것 같다. 아직 우리 사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다루기에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