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의 오디션

by 연산동 이자까야

부산 제작사의 작품이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부산 출신인 정유미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존재의 집’입니다. 2018년 귀향한 정 감독은 제작사 매치컷을 설립해 세밀한 연필 드로잉 기법을 사용한 8분 길이 단편 ‘존재의 집’을 제작합니다 . 정 감독이 2009년 연출한 ‘먼지아이’는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돼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죠. 2014년 출간한 그래픽 노블 ‘먼지아이’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 정 감독은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이 부산시의 많은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합니다.

21764_1642943417.PNG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의 ‘존재의 집’ 스틸컷. 매치컷 제공

문학계에선 신춘문예가 실험적인 작가를 발굴하는 창구입니다. 문학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춘문예라고 할까요. 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시 1292편과 ▷시조 431편 ▷단편소설 134편 ▷동화 161편이 경합했거든요. 신문 독자들이 새해 첫 날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는 풍경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듭니다. 그동안 신춘문예가 배출한 문인은 김동리 박완서 안도현 한수산 최인호 황석영 서정주부터 차범석 오태석 장진까지 무수히 많습니다. 2017년에는 신춘문예 출신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한국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300쇄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1978년 6월 초판을 발행한지 39년 만의 일이었죠. 안도현 시인의 ‘연어’도 100쇄 이상 찍은 문학작품입니다.


아무리 디지털 영상시대라고 해도 웹툰 영화 게임 연극 가요의 원형인 문학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만 해도 오리지널 작품 찾기에 혈안이 돼 있으니까요. 올해 신춘문예 탈락의 아픔을 겪은 작가들은 벌써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았을 겁니다. 글은 생각의 집합체이자 인생을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신춘문예를 취소했던 몇몇 언론사의 경영 사정도 올해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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