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상징 '5'

by 연산동 이자까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날인 27일.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했습니다. A사는 이날 신축아파트 기둥과 벽에 30대가 넘는 CCTV를 설치해 노동자들의 안전모·안전고리 착용 여부를 관찰. 중국인 노동자를 위해 중국어 능통자를 안전 관리자로 배치한 기업도 등장. 시공능력평가 1위 현대건설은 아예 이날부터 내달 4일까지 긴 휴가에 돌입. 포스코건설도 설 연휴까지 이틀간 휴무를 권장. 부산·경남의 상당수 건설사들도 ‘중대재해 1호 발생’을 우려해 일찌감치 일손을 놓았다고 합니다.


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놓고 공방. 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과도한 처벌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직업성 질병자(같은 유해 요인)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지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데 평생 치료받으며 살아가는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시행령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고 촉구.

21764_1643278406.jpg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건설과·건축과 관계자가 27일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관련 시설물 및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여주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을 뜯어보면 숫자 ‘5’가 눈에 띕니다. 이날부터 법이 적용된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입니다. 50인 미만(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은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됩니다. 작업환경이 열악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9월 부산의 산업재해 사망자 45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는 16명으로 36%(중대재해기업처벌법부산운동본부)를 차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한 사망자는 39명으로 전체 86.7%에 해당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이 숫자 5를 차별로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목숨은 모두 소중한데 왜 큰 사업장 노동자는 보호받고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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