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과 나치

by 연산동 이자까야

후배 기자 A는 영국 유학시절 손이 찢어진 적이 있습니다. 병원비 걱정을 하던 그에게 영국인 집주인이 한 말. “걱정 마라. 외국인에게도 병원비는 무료다. 여기는 (건강보험이 허술한) 미국이 아니다.” A는 실제로 돈 한 푼 내지 않고 치료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영국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 하는 에피소드라고 하네요.


외국인 건강보험 이슈가 설 연휴 정치권을 달궜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외국인 피부양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겠다”고 썼습니다. 이어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7∼8명의 피부양자를 등록한 사례가 확인됐다”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이라고 비판.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외국인 의료보험은 연간 5000억 원 이상 흑자를 보고 있다.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나치의 말로를 보라”고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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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120만 명에게 1년간 부과된 보험료는 1조5417억 원. 외국인 가입자들이 병·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하고 건강보험에서 받은 보험급여비는 9542억 원. 외국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5875억 원의 흑자를 거둔 셈입니다. 물론 윤 후보 주장대로 과거 일부 재외국민과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입국해 값비싼 진료만 받고 도망치듯 출국하는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보험료 매달 11만 원 이상)을 의무화한 이유입니다. 인권단체는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가난한’ 외국인 지역가입자(특히 농·어업에 종사하는)는 보험료 탓에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건강보험제도에 허점이 있으면 토론을 거쳐 메워나가면 됩니다. 다만 ‘표’ 때문에 팩트를 과장·왜곡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는 경계해야 합니다. 3일 지상파 3사가 생중계하는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서 국가지도자의 비전과 품격을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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