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시길래

by 연산동 이자까야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18일부터 시작됩니다. 여야가 대통령 선거일까지 사실상 개인 선거운동을 금지한 탓에 유권자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간 큰’ 예비후보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9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못하도록 ‘엄포’를 놨습니다. 국민의힘도 출마선언을 포함한 개인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 정치 신인들은 “얼굴 알리기가 더 어려졌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21764_1645083567.jpg ‘기본사회를 지향하는 부산시민 5000명’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위 사진)과 부산시 전직공무원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 모습. 국제신문

요즘 부산시의회에선 하루가 멀 다 하고 “000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후보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17일 ‘부산 불교도 1080인 상생모임’은 “화합과 상생을 지향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 반면 ‘부산시 전직 공무원 500여 명’은 부산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를 바라는 기자회견을 개최.


기자회견문에 이름을 올린 개인도 무척 많습니다. 부산 전·현직 노동조합 간부 250명과 노동자 8만 명은 이 후보를 지지. 전국 체육인사랑네트워크 회원 1만2500여 명과 1만5000여 회원을 ‘보유’한 학부모단체는 윤 후보 쪽에 섰습니다. 한국노총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는데 한국노총 부산본부 산별 대표자들은 윤 후보를 밀기도. 지지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이 실제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름을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지지 선언문에 남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숫자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기자회견 전후로 지지자 수가 수백 명 단위로 정정되거나 정체 불명의 단체가 직능·직업을 대표하는 것처럼 과대포장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대규모 지지 선언 가운데 명단을 공개한 것은 영호남 변호사 466명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쪽수로 세를 과시하는 형태는 옛날 선거운동 기법이어서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거나 “줄서기” “지금 추세라면 전 국민의 과반수가 지지선언을 할 것 같다”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누군가를 지지하면서 정체를 숨기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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