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미국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민심을 듣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적은 ‘민간인’과 자주 밥을 먹었습니다. 잭슨의 정적들은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고 비하했으나 미국 민주주의 발전에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버락 오바마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무보수’ 키친 캐비닛에 임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식사 정치’를 애용했습니다. 200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이나 원로를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는 질문이 나오자 여론을 듣는 수단이라고 역설.
몇 년 전 ‘키친 캐비닛’이 화제가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답변서에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친 것은 ‘국민 눈높이 자문’을 받은 것이다. 키친 캐비닛”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을 때입니다. 인터넷에선 “아무 말이나 갖다 붙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합리화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 “귤을 남쪽으로 보내면 탱자로 변한다(귤화위지·橘化爲枳)더니 키친 캐비닛의 의미를 이렇게 왜곡하나”는 식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오찬 또는 만찬을 통해 민심을 즐겨 듣습니다. “얼굴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는 뉴스가 매일 나옵니다. 윤 당선인의 측근 혹은 키친 캐비닛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전달했을까요?
윤 당선인 측은 17일 정 후보자의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윤 당선인이 빠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나”고 전했습니다. 또 “국민 말씀을 경청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팩트체크뿐 아니라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의미. 그러자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부당행위도 없었다”면서 모든 의혹을 반박.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국(전 법무부장관)에 들이댄 잣대로 현재를 보라”고 공세. 국민의힘 지도부도 정 후보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당선인의 결단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