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걷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부산 해안선과 산·강 275km를 ‘걷기 좋은 길’로 연결하자는 캠페인이 한창이던 2009년. 걷기·도시계획 전문가들이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광안대교부터 부산항·남항·을숙도·거가대교까지 부산에는 강이나 바다에 세운 다리가 많다. 사람과 차가 함께 다니는 다리는 위험도 하거니와 소음·매연에 시달려야 해 ‘뚜벅이’들에게는 매력이 없다. 이쯤에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보행 전용 다리를 놓은 건 어떤가. 낙동강·수영강도 좋고 광안리~해운대 앞바다면 금상첨화다.”

휴먼브릿지 조감도. 부산시 제공

말 나온 김에 전문가들이 보행 전용다리 후보지를 고르기 위해 답사에 나섭니다. 동부산권에서는 광안리(민락수변공원)에서 마린시티(해운대)를 연결하는 코스가 1순위로 등극. 걸림돌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수영만요트경기장. 보행 다리가 자칫 요트 운행에 방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전당에서 수영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차선책으로 선정.


서부산에서는 낙동강 횡단 다리를 만들자는 데 모두가 엄지척! 드넓게 펼쳐진 대저생태공원에서 낙동강을 건너 삼락·화명생태공원까지 왕복하는 코스입니다. 그때 해양디자인협회 김영숙 부회장은 “아예 강이나 바닷속을 지나는 해안 보행터널을 만들어 명품화하는 건 어떠냐”고 한 술 더 뜨더군요. 아무튼 보행 전용다리 이름은 가칭 ‘휴먼브릿지’로 명명됐습니다.


13년이 흐른 2022년 4월. 마침내 휴먼브릿지가 현실화됩니다. 부산시는 21일 수영강 휴먼브릿지 기본·실시설계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 길이 214m에 폭 7∼18m의 보행자·자전거 전용다리입니다. 2025년 휴먼브릿지가 완공되면 영화의전당·부산시립미술관·APEC나루공원과 수영사적공원·팔도시장·F1963가 연결. 이미 낙동강에는 금빛노을브릿지·감동나룻길 리버워크(화명생태공원 보행교)와 삼락생태공원 보행교(사상스마트시티 보행교·대저대교 하부 보행교)가 추진 중입니다. 강을 두둥실 걸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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