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 달째인 24일. 종군 기자들은 부활절인 이날도 피로 물든 사진 수 백장을 타전합니다. 70대 우크라이나 여성은 20대 손자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합니다. 누군가는 공동묘지 땅을 파고, 누군가는 관을 묻고, 다시 관이 실려오고, 누군가는 땅을 파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러시아가 공세를 펴고 있는 동부 돈바스의 한 마을에선 이날 포격으로 6명이 사망. 얼굴이 피범벅 된 우크라이나 군인은 눈 감은 채 앰블런스로 이송됩니다. 생사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 피난소에선 러시아 점령지를 어렵사리 탈출한 청년이 부모와 뜨거운 포옹을 합니다.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에 탄 병사는 무심히 외신기자의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Z’가 선명하게 찍힌 장갑차는 유럽 최대 제철소 아조우스탈을 점령하기 위해 마리우폴로 이동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국영방송에서 “적이 아조우스탈 방어군의 마지막 저항을 없애려 한다”며 러시아군의 공습 재개를 알렸습니다. 지난 23일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아조우스탈 지하 피신처에서 생활하는 한 소년은 “다시 햇볕을 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소원을 빕니다.
최대 격전지인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도 폐허로 전락. 이날 러시아 순항미사일 공격에 생후 3개월 아기를 포함해 최소 5명이 사망. 폭격 맞은 민간아파트는 검게 그을렸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개월 아기가 태어난 지 1개월 됐을 때 침공이 시작됐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상상이나 할 수 있나”라면서 러시아군을 향해 “개자식들(bastards)”이라고 욕을 퍼붓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부활절 미사를 올리는 사진도 눈에 뜁니다. 러시아를 돕는 반군도 달걀을 받아 들고 웃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활절 예배에 참석해 양초에 불을 켰습니다. 이날 미사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키릴 총대주교의 집전으로 진행. 그들 모두 3개월 아기의 부활을 간절히 바랬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