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by 연산동 이자까야

작가 장혜숙. 올해 70세. 2020년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추천으로 일본 후쿠오카시미술관에서 전시회. 지난 3월 경남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성파 대종사의 조계종 15대 종정 추대를 축하하는 개인전 ‘영혼의 풍화’ 개최.

장혜숙 화가가 지난 3월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열린 전시회 안내문을 천에 그리고 있다. 국제신문DB

장혜숙의 삶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의 연속입니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아이들 키우느라 60세 무렵까지 붓을 놓고 살았습니다. 다시 캔버스 앞에 선 것은 청소년보호관찰소에서 심리 상담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고개를 숙이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어요. 가슴이 너무 쓰리더군요. 62세에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땄어요. 꽉 막힌 마음을 열기 위해 4년 넘게 그림 치료를 했답니다.” 천이나 조각에 그린 장 작가의 회화와 설치미술을 보고 있으면 치유받는 느낌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정 작가의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30년 만에 다시 붓을 들자 ‘나도 날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어요. 65세에 미술대학원에 진학해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게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우환이 “화풍이 좋다”며 후쿠오카미술관 전시를 주선.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디자인대회에서도 당당히 입상. 이른바 ‘별의 순간’이 온 셈.


이런 행운이 모두 우연일까요? 타고난 재능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확실히 그의 작품에는 고달픈 영혼을 위로하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슬픔과 노고가 치유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은 “세상에 대한 책무감으로 시작한 봉사가 세렌디피티의 시작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장 작가에게 “어떻게 세렌디피티의 순간을 잡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사회를 위해 일하라. 언젠가 하늘이 응답한다.”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 같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이 ‘세렌디피티’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더군요.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냐/ 그냥 그냥 나의 느낌으로/ 온 세상이 어제완 달라/ 그냥 그냥 너의 기쁨으로/ 니가 날 불렀을 때/ 나는 너의 꽃으로/ 기다렸던 것처럼/ 우린 시리도록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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