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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03. 2021

불타는 취도에 평화를

불타는 섬이라는 뜻의 취도(吹島). 경남 거제시 가조도 앞바다의 무인도. 원래 한자는 吹가 아니라 독수리를 의미하는 취(鷲). 鷲島가 吹島로 바뀐 시기는 1905년입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앞두고 취도를 적함으로 상정해 함포 훈련을 합니다. 어마어마한 포탄이 쏟아지면서 바위섬 취도의 98%가 사라집니다. 현재는 2%인 1884㎡(약 570평)만 남은 상태. 


일본은 러시아 발트함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자 1935년 일본 연합함대 총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의 업적을 기리는 높이 4.17m의 포탑기념비를 취도에 세웁니다. 기단 위에는 1m 높이의 포탄이 박혀 있습니다. 비문 내용은 더 기가 막힙니다. “밤낮으로 취도를 표적으로 실탄사격을 했다. 섬을 파괴해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중략). 기쁜 마음으로 일어난 일을 서술하여 찬양하며….”

경남에선 취도 기념비를 철거하자는 쪽과 역사교육을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합니다. 이인태 거제시의원은 최근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정부는 일제 탄압의 상징인 서대문형무소를 독립공원으로 운영 중이다. 제주도는 일제강점기와 4·3학살의 현장을 보존한다. 취도의 가슴 아픈 역사를 숨길 것이 아니라 인류 평화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교훈의 장으로 삼자”고 주장했습니다. 취도에 안내판을 세우거나 포탑 비문을 한국어·영어로 번역해 관광객에 제공하자는 제안도 있었지요.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 현장이나 죽음의 공간을 돌아보며 교훈과 감동을 얻는 여행을 말합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대인 집단수용소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현장이 대표적 장소. 거제는 물론 경남 통영 추봉도·용호도에도 한국전쟁 당시 1만8000여 명을 수용한 포로수용소가 있었다고 하네요. 부산시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피란수도 부산’ 유산도 전쟁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대상입니다. 아픔의 흔적은 때로는 평화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의 기능을 합니다. 취도에도 평화가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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