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오시리아) 개발이 한창이던 2005년. 당시 국제신문이 수용된 토지 3426필지(약 108만 평)의 공시지가를 분석했더니 5년 새 4배 넘게 뛰었더군요. 국·공유지를 뺀 사유지 100만 평 중 원주민 소유는 30%에도 못 미쳤습니다. 투기 광풍이 불자 1㎡당 4만9000원이던 한 임야는 20만 원대에 거래.
기자의 눈을 사로 잡은 지주 가운데 대기업도 있었습니다. 삼성은 1960년대~1970년대 삼성미술문화재단을 통해 기장군 일대 25만여 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도시공사는 “5만여 평이 동부산 관광단지에 편입됐다”고 설명하더군요. “글로벌기업이 왜 이렇게 많은 땅을 사들였을까”라는 의문이 생겨 1970년대 신문을 뒤졌습니다. “재벌들이 전국의 부동산을 사들여 투기를 한다”는 비판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삼성이 그런 의도로 매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원일몰제(사유지 공원의 민간개발 허용) 시행을 앞둔 지난해에는 이기대공원이 화제가 됐습니다. 삼성문화재단이 천혜 절경인 이기대공원의 약 30%를 소유하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삼성은 이기대공원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산시도 자연녹지이던 이기대공원의 용도를 보전녹지로 한층 강화했죠.
해운대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산에도 고(故) 이건희 회장의 땅이 있었습니다. 해운대구는 이 회장 유족이 축구장 5배 면적인 장산의 임야(3만8000㎡)를 기부해 등기를 마쳤다고 29일 밝혔습니다. 기부받은 토지는 산림욕장과 계곡이 위치해 등산객이 자주 찾던 곳. 이 회장이 1990년대부터 소유했다고 하네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입 경위를 떠나 삼성이 소유했기에 난개발 안 되고 잘 보존된 것 아니겠느냐”고 하더군요.
사실 이 회장은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려다 외환위기를 맞아 뜻을 접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부산시는 삼성 계열사 유치에 뛰어든 상태. 삼성이 일자리를 풍성하게 하는 데도 기여하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