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사람입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114(번호 안내 서비스)의 인사말이던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2008년 12월부터 사라졌습니다. 고객의 폭언과 성과 경쟁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가 매일 수 만 번 ‘사랑합니다’고 외치는 게 노동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많았거든요.

부산도시철도. 국제신문 DB

콜센터 상담원이나 항공기 승무원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올해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 4년이 되는 해인데요. 그들의 삶은 바뀌었을까요? 부산노동권익센터가 14일 대면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산지하철 노동자 808명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응답자의 40% 이상이 최근 1년간 인격 무시나 폭언 같은 감정노동 피해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토로. 폭행(7.6%)과 성희롱(6.3%) 경험자도 상당수.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대다수가 여성인 청소노동자나 역무원들이 폭언·폭행·성희롱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부산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165만1000명의 31.9%(52만6000여 명)에 달합니다. 이중 80.2%는 주 1회 이상 고객으로부터 비난·욕설·위협이나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서울 금천구청이 2012년 구로디지털단지 여성 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조사했더니 상담사의 흡연율이 26.0%로 전체 여성 흡연율의 세 배를 넘었습니다. 한 상담사는 “‘흡연이냐, (고층에서) 뛰어내리느냐’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며 한숨 쉬기도.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인류학자인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가 펴낸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추적한 책인데요. 저자가 만난 상담사 대부분은 두통·만성피로·수면장애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먹는 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라 라 몇 달 새 체중이 급하게 늘었나기도. 저자는 ‘억압하는 상황에 저항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능력이 소실되는 것’이 억지로 웃음 짓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겪는 아픔의 근원이라고 설명합니다. 노동자의 30%를 차지하는 감정노동자. 그 중에는 우리의 부모나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들도 사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바다와 떨어져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