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떨어져야 할 때

by 연산동 이자까야

2016년 한 부동산 정보회사가 눈길을 끄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2002년보다 98.9% 올랐는데 한강이 안 보이는 아파트는 21% 덜 올랐다는 내용. 전문가들은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이 매매가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 6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상가에 거센 파도가 들이닥쳐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신문

그래서일까요. 부산에선 ‘바다와 더 가깝게 짓기’ 경쟁이 한창입니다. 국내 1호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이나 마린시티에는 바다와 맞닿은 아파트가 수두룩한데요. 평소에는 안방에서 바다를 볼 수 있어 좋은데 태풍이 오면 곤란해집니다. 초속 60m가 넘는 빌딩풍에 돌이 날아다니고 유리창이 깨지기도 하기 때문. 상가가 밀집한 1층은 방파제를 넘어온 파도에 침수되기 일쑤. 최근 태풍 ‘힌남노’가 닥쳤을 때 한 유튜버가 마린시티에서 생방송을 하다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죠.


해안가 월파 방지시설은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야 합니다. 마린시티의 경우 길이 650m짜리 방파제 또는 기립식 차수벽 설치가 추진되다 무산됐는데요. 예산이 790억~900억 원 가까이 필요했기 때문. ㎡당 27t의 파력을 차수벽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부산시는 육지에서 150m 떨어진 해상에 이안제(해안선과 평행으로 설치하는 방파제 형식의 시설물)를 설치해 월파를 막는다는 계획.


시민사회에서는 “건축허가 때 아파트와 바다 사이에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부산시의회가 13일 해안가와 건축물 사이에 일정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에 나섰다고 합니다. 또 ▷민락수변공원이나 송도해수욕장의 해안 도로나 보행로는 보도블록 대신 저항성이 강한 콘크리트로 포장해 파손된 보도블록이 흉기로 변하지 않도록 할 것 ▷현재 12곳인 부산의 빗물저장시설을 확대하는 한편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기준에 침수 예방대책도 포함하라고 부산시에 권고했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태풍과 폭우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습니다. 조망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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