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이 5시간 줄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고환율·고물가·고금리를 동반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노동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취업자는 2838만9000명으로 1년 새 70만7000명 증가. 반면 증가 폭은 5월(93만 명)부터 넉 달 연속 감소세. 올해 1·2월 100만 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 폭이 하반기 둔화세에 접어든 셈입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고용의 질입니다. 취업시간별로 보면 주 36시간 이상 노동자는 123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870만 명 감소했으나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934만 명 급증. 특히 일하는 시간이 주 1∼17시간인 노동자는 역대 최고인 251만 명을 기록. 과거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비정규직 두 명이 차지하는 고용 현상이 고착화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지난달 취업자는 한 해 전보다 1.7% 증가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년 새 127% 증가한 98만 명에 달했습니다. 반대로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68만 명으로 53만 명 급감. 36시간 미만이 36시간 이상보다 많은 현상은 통계가 작성된 1998년 이래 처음입니다. 1주간 평균 취업시간은 33.9시간으로 5시간 감소.

에디터.jpg 지난 9월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2022 취업창업 박람회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국제신문


일자리 부족 또는 미스매칭 탓에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고용 경계인’이 늘면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한 해 전보다 12.7% 늘어 역대 최고인 28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어렵사리 진입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경계 청년’ 증가는 양극화와 저출생 문제 심화로 연결됩니다. 최근에는 2030세대 기초생활수급자가 2017년 14만9700명에서 올해 7월 기준 26만8600명으로 5년 만에 약 1.8배 증가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적게 일하고 고임금을 받으면 행복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자발적으로 단시간 일하면서 저임금·복지에 시달린다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꼬일대로 꼬인 노동·고용시장 개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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