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몇 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첫째는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하는 질문. 일상 깊숙이 침투한 민간 플랫폼은 이미 국가기간시설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행정안전부 대변인실도 공직자 메일 대신 다음(Daum) 메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정도니까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네이버·다음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마저 지난 17일 비서관회의에서 “공공기관도 쓰는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고 합니다. 유사시를 대비해 ‘플랜B’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조 위원장(오른쪽)과 법인택시 노조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카카오T’ 불통 피해와 국토교통부의 택시 심야 승차난 완화 대책 관련

민간 무료 서비스가 진짜 무료인가하는 논쟁도 뜨겁습니다. 카카오는 초유의 서비스 중단에 따른 손해 보상 범위를 “유료 서비스 이용자”로 제한했는데요. 카카오T가 멈추는 바람에 택시를 부르지 못해 예매한 기차를 놓쳤다거나 카카오톡 ‘생일 알림’ 기능과 ‘선물하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선물을 받지 못해도 보상은 불가능합니다. 다음 카페에 올려둔 파일을 내려 받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


법조계에선 무료 앱 사용자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앱 광고를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본다면 카카오와 이용자를 유상 계약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서비스로 이익을 얻기 때문에 100% 공짜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무료 앱이라도 ‘광고 보기’처럼 유상 서비스와 마찬가지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들도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T ‘먹통’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을 촉구하기도. 서울시는 택시·소상공인이 보상 받도록 법률 상담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카카오 사태가 남긴 교훈 중 하나는 초연결사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국민 모두가 인식한 것입니다. ‘공짜’라고 좋아하다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각심도 일깨웠습니다. 늦었지만 국민 의존도가 높은 민간기술과 서비스는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 의무와 책임을 높이도록 정치권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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