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1912~1993)이 세수 82세로 열반할 때 남긴 유품은 누더기 가사 한 벌뿐. 30~40년은 족히 된 낡아빠진 가사는 중생의 마음을 뜨겁게 흔들었습니다. 불교의 가사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죠. 부처님 설법 당시 수행자들은 사치와 향락을 버렸다는 의미로 조각 천을 기운 옷을 입었는데 바로 가사입니다. 그래서 가사는 욕심으로부터 해탈했다거나 해탈하겠다는 수행자의 청정심을 의미합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은 “수행자의 겉모습을 하고서 속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가사 입은 도둑”이라고 질타하기도.
성철 스님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이 오는 22일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을 개최합니다. 겁외사 회주면서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 인도로 화엄경 법성도 순례 프로그램도 마련됐는데요. 불교정신문화의 정수인 화엄경의 가르침 한 조각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인면조(人面鳥)로 형상화된 적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가릉빈가(迦陵頻伽)’라고 쓰는 불교의 인면조는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불사조입니다.
가릉빈가의 의미는 형상이 아니라 소리에 있다고 합니다. 화엄경에서는 “청정·미묘한 범음(梵音·부처의 가르침)으로 무상한 정법(正法)을 연출하니 듣는 사람들이 기뻐하여 맑고 오묘한 도리를 얻는다”고 합니다. ‘정법염경’에선 “그 소리는 극히 신묘하여 하늘과 사람과 긴나라(음악신)가 흉내낼 수 없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릉빈가를 ‘묘음조(妙音鳥)’ 또는 ‘미음조(美音鳥)’라고 부릅니다.
산청불교문화제전의 가장 앞 자리에서 수행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염증을 유발하는 말만 하는 정치인들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18~19일에도 여의도에선 ‘물라면 물었다’ ‘막장’ ‘망언’ ‘늙은 이준석’ ‘정치적 쇼’ ‘종북 척결’ 같은 거친 언어가 쏟아졌습니다. ‘듣는 사람이 기뻐’할 법한 말은 거의 없었습니다. 성철 스님이 이런 정치인들 만나면 “절돈 3000원을 내놓으라”고 꾸짖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