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운임제',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총파업을 기억하시나요? 그 여파로 시멘트 철강 자동차 등의 산업 전반에 큰 물류 대란을 빚기도 했는데요. 이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시끌시끌했던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는 2022년 일몰제로 인한 안전운임제 폐지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안전운임제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폐지되었을까요? 그리고 '표준운임제'는 또 뭘까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거 아나 원본.jpg 국제신문DB

안전운임제란 화물 운수 종사자의 교통안전 확보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기준을 공표해 운송업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입니다.


가끔 길거리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차량의 크기에 비해 많은 짐을 싣고 위태롭게 운전하는 화물차를 보신 적이 있나요? 혹은 고속도로에서 대형 화물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옆을 지나가면 괜히 덩달아 긴장해서 속력을 줄여본 경험도 있을 겁니다. 운송 기사들이 위험하게 곡예 운전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물건을 실어 나를수록 돈을 더 받기 때문입니다. 화물차주가 벌어들인 수익에서 차량 유지비와 기름값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절반도 채 남지 않습니다. 당연히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정해진 출퇴근과 휴식 시간 없이 한 건이라도 더 실어야만 하니 화물차주들은 과로 과속 과적이 일상이었습니다. 고강도의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만큼 자연스레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제도가 안전운임제입니다. 본래 안전운임제의 명칭은 '표준운임제'로, 2008년부터 도입이 논의되었으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본격 추진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 국회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되었습니다. '화물차 안전 운송원가+적정 이윤'을 산출한 구간별 운임을 공표하고, 그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 또는 운수업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 제도는 화물업계 혼란을 우려해 시멘트·수출입 컨테이너에 한해 2022년까지 3년간 일몰제로 운영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몰제는 또 무엇이길래 화물연대에서 파업 이유로 들었을까요? 일몰제(Sunset Law)는 말 그대로 일몰, 해가 서서히 지듯이 각종 법률이나 규제의 효력에 일정 기간을 두고 유효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제도입니다. 안전운임제 또한 유효 기간을 정한 제도였기 때문에 시행 종료 후 이제 막 2년간 제도에 적응하게 된 운송 업계에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물연대는 2022년 6월, 안전운임제 시행부터 기간을 정해둔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섰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안전 운임제를 철강 유조 택배 자동차 곡물 등 적용 대상을 5개 품목으로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을 함께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안전운임제 시행 기간은 3년 연장으로 정부와 합의를 봤지만 운임제 적용 대상 확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6월 파업 이후 5개월이 넘도록 안전운임제 개정 논의를 두고 견해차를 줄이지 못하자 화물연대는 2022년 11월 두 번째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화물연대의 파업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시나요? 하지만 화주 단체와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한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 모든 품목에 운임료를 적용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큰 부담이 됩니다. 특히 철강 분야는 화물 운송의 규모와 단위, 상하차 시 발생하는 비용 등 운송비에 영향을 끼치는 변동 요인이 많아 일률적으로 표준화하기 어려울 뿐더러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만큼 수출 단가가 상승하면 결국 국내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정책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 명칭을 폐기한 후 '표준운임제'로 새롭게 개편했습니다.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입니다. 안전운임제와 개편한 표준운임제의 가장 큰 차이는 화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앴다는 점입니다.


보통 물류 시장에서 화물운송은 화주→운송사→화물차주를 거쳐 이뤄집니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었을 때는 화주와 운송사 간에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차주 간 운임은 그대로 강제하되 화주→운송사 간 운임은 가이드라인을 공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주는 정부가 공표한 표준운임제를 참고해 자율적인 운임 단가 계약 체결이 가능해집니다. 적용 대상 또한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 적용하며, 3년 일몰제로 2025년 12월까지 운영 후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운송 기능은 하지 않고 위수탁료만 받는 회사, 즉 '지입회사'를 운송 업계에서 퇴출하는 방안 또한 추진합니다. 지입 업체들이 보유한 화물 운송사업용 번호판을 이용해 화물차주들에게 사용료 2000만~3000만 원, 위수탁료 월 20만~30만 원 을 받는 일명 '번호판 장사' 또한 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 밖에도 화물운임 유가 연동제, 휴게공간 확충, 금융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화물차주의 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표준운임제, 과연 업계 반응은 어떨까요? 표준운임제 도입에 화물연대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지입제 개선은 찬성하지만, 여전히 표준운임제는 반대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요.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하는 운임을 강제하지 않는다면 공표하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화물 노동자의 최소 운임도 보장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화주 처벌 조항 유지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대해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표준운임제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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