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 누구 책임일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어떤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시나요? 자가용 버스 도시철도 택시 오토바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실 텐데요. 자동차가 없는 라노는 지하철을 애용한답니다. 제시간에 오고, 밀리지도 않으니까요.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에 부담 없이 이용하기 참 좋은 교통수단입니다. 최근 지하철과 관련해 많은 논의들이 오고 가는 사실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 같아요. 뉴스와 신문이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연일 떠들썩하니까요. 지하철 무임승차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지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1026593.jpg 65세 이상 승객이 우대권 발급기를 이용하여 운임료 없이 무료로 승차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요즘 오르지 않는 가격이 없죠? 연일 치솟는 물가에 한숨만 가득입니다. 식료품비부터 시작해 외식비 난방비 택시비까지도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실정이죠. 여기에 더해 지하철 요금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계획을 발표하니 시민의 촉각이 곤두섰습니다. 대중교통조차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마음 편하게 타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화두를 던진 사람이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을 지원해준다면 올 상반기 계획 중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300~400원)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시장도 가세해 자신의 SNS에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인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인 기준 연령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1764_1676182632.png 부산 도시철도 연도별 무임손실 현황.

부산시도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부산은 지하철 무임승차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부산은 지하철 적자액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부산 지하철 적자액은 1948억 원으로, 이 중 무임손실 적자액은 1090억 원이었습니다. 적자액의 56%나 차지한 것이죠. 이는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지하철 비율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부산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정부가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을 절반만 낼 수 있도록 한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1982년 노인복지법과 시행령을 제정해 이를 법제화하면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확대 적용했죠. 1984년에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상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의 무임승차 제도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지하철 무임승차에 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종종 뜨거운 감자가 되는 주제죠. 과거 언론 보도를 보면 1989년부터 무임승차의 대상이 되는 나이 범위를 축소하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1995년에는 운임손실액에 대해 국고보조를 요청했죠. 최근까지도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2017년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020년에도 유사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심의가 보류됐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정부 예산안에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 보전분 3585억 원을 반영하려다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해묵은 과제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부 예산 편성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업무고, 지하철을 운영하지 않는 도시와 차별을 둬선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21764_1675996137.png 2021년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 무임손실 비율.

반대로 지자체는 무임승차 제도 자체가 국가에 의해 시행된 것이고, 노인복지법과 노인복지법 시행령 상 강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손실분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정부의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무임승차 손실분을 100% 감당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시행했으니 당연히 정부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정부 입장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법령도 없는데 지자체가 지원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니까요. 기재부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 지원이 중앙정부의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가 시행되던 1980년대는 지하철 보급이 잘돼 있지 않았으니까요. 부산만 해도 1981년부터 순차적으로 지하철을 건설하고 개통했습니다. 1990년이 돼서야 1호선이 전부 완성됐죠. 지금처럼 지하철이 보편화돼있지도 않았고, 구간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 당시 고령층(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17.5%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5명 중에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뜻이죠. 노인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추정합니다.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에 이를 전망이죠. 노인 비중은 4%에다가 지하철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지자체가 감당하게 됐죠.


사실, 해외의 어떤 사례를 찾아봐도 한국처럼 일정 나이가 되면 지하철 요금을 전액 무상 지원하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영국은 60세 이상이면 대중교통 탑승이 무료지만,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할인 제도를 운영하는데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죠.


점점 높아지는 평균 연령에 고령층 인구 비중까지 늘어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무임승차 적용 연령을 상향하거나, 출퇴근 시간에는 무임승차 이용을 제한하거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서울과 대구 등이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요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으로 정부에 승부수를 던졌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게 된다는 뜻과 상통합니다. 오랜 시간 지지부진했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문제가 올해는 꼭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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