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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동반자법',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생활동반자법'으로 정했어요. 라노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휴대전화 비상 연락망에 으데엄마와 무반나아빠를 등록해놨어요. 라노가 아프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와야 하니까요! 으데엄마와 무반나아빠가 라노의 보호자로 나설 수 있는 건 법적으로 라노의 가족이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인데요. 세상에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나온 법이 바로 '생활동반자법'인데요. '생활동반자법'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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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의 정의를 보면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결혼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만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요. 부부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거주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같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습니다. 통계청 2022년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성은 36.9%, 미혼 여성은 2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1인 가구가 폭증했죠. 전체 가구 중 33.4%에 달하는 1인 가구 통계 속에는 친구, 동거 커플, 사실혼 부부, 비혼 공동체, 동성애 커플 등 다채로운 결합이 숨어 있습니다. 혼인율은 계속 줄고, 과거 보편적이라고 여겨진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는 더는 주류가 아닙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는 '법적 가족'의 형태로 묶여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가족처럼 살지만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많은 불편함을 동반하죠.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가족이라면 보장받아야 하는 지원이나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 제도 대부분이 법에서 정한 가족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주택청약, 전세 대출, 공공임대주택 등은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족에게 유리하게 적용됩니다. 가족돌봄휴가를 쓰거나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오를 수도 없고, 사고나 병으로 병원에 갈 때도 문제가 생깁니다. 법적 가족이 아니면 수술이나 연명치료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장례를 치르는 일도 특수한 사례를 빼면 할 수 없고, 평생 함께 생활을 꾸렸다고 할지라도 한쪽이 사망하면 상대의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공동의 자녀는 혼외자에 속합니다.


법적 가족으로 엮일 수 없는 가족을 위해 지난달 26일 국내 최초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두 사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습니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과 가사를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 관계로 보고 일상가사대리권, 친양자 입양 및 공동 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결합에 중점을 둔 생활동반자 관계는 그동안 획일적이고 경직된 가족을 넘어서는 다양한 관계 맺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생활동반자법은 이번에 처음 나온 법이 아닙니다. 2014년 초안이 마련됐으나 보수단체 등의 반대로 발의조차 못하고 묻혀버렸죠. 당시 생활동반자법안 초안 작성에 관여한 황두영(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은 "정부가 혈연·혼인 중심 가족제도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처음 인정한 만큼 물꼬가 트였다고 본다"며 "결혼이라는 제도 바깥에서 서로를 돌보면서 실질적인 가족생활을 하는 이들을 더는 제도 바깥으로 밀어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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