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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동 붐'을 맞아
타 문화 배려를

by 연산동 이자까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사우디의 '탈석유화' 정책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하여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중동 붐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죠. 오늘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1764_1686644220.png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왕세자가 지난 7일 제다에서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나라 1세대가 산유국의 도로, 항만 공사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뛰어들어 국가 성장에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번에 맞이하게 될 제2의 중동 붐은 산유국의 최첨단 산업 육성 등에 참여,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그들과 동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죠.


사우디아라비아는 천연자원인 석유와 가스의 고갈에 대비하여 미래산업으로 IT 재생에너지 로봇 AI 같은 첨단기술 육성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빈 살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홍해 일대에 길이 170㎞, 높이 500m 규모의 최첨단 도시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탈석유화' 정책 사업의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요한 미래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문화 관광 스포츠 미디어 등 콘텐츠 산업 육성과 국제문화행사를 개최하며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이 2019년, 블랙핑크는 2023년에 수도인 리야드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보컬그룹인 블랙핑크가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보존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 간의 문화교류 행사인데도 여성 단원이 있으면, 여성 단원의 입국을 거부했던 과거에 비해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죠.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와의 문화 콘텐츠 산업 강화를 위하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올 한해 약 6000억 원, 지난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게임 회사에 각 약 2조3000억 원, 약 1조10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또한, 네이버와도 국책 사업인 네옴시티 건설 등에서 IT 협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UAE와는 2009년 원전 협력을 시작한 이래 UAE 전력 수요의 25%를 책임지게 될 바라카에 한국형 소형 원전 4기를 건설해 1·2·3호기는 본격적인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나머지 4호기도 차질 없이 순탄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양국은 바라카 원전 기술을 UAE 넘어 글로벌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핵연료 농축 기술을 UAE 측에 전수하고, 차세대 소형모듈 원전(SMR) 기술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죠. 또한 UAE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과 항공 우주산업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우리나라를 찾아 우리나라 기업 간에 26개 프로젝트의 계약 및 MOU(양해각서)를, UAE는 올해 양국 정상 회담 때 총 48건의 MOU를 우리 기업과 체결했습니다.


두 국가는 국부펀드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에너지 인프라, 바이오, 디지털 등 신산업 분야가 총망라한 부분에 투자와 협력을 약속하고, 친환경(탄소중립)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등 첨단 분야에서도 두 국가는 한국 기업에 투자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두 국가가 우리나라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규모는 각 300억 달러에 달합니다. 1970년대에 이어 다시 한번 신 중동 붐을 실현하는 데 굳건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이 호전되면서 필연적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의료시장의 확장입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UAE의 보건의료시설의 매출액 규모는 3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GCC 국가의 의료시장 성장세도 커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과 GCC 국가 간 의료분야의 투자와 협력이 또한 확대될 것으로 보이죠.


'신 중동 붐'을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며 그들과 협력해야 할까요? 바로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타 문화에 대한 배려 및 공감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GCC 국가의 문화 풍습 종교 언어 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필수죠. 또한,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시의적절한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제도적 지원 또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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