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한반도 신냉전’으로 정했어요. ‘냉전’이란 단어는 역사 교과서 속에서 한 번쯤 봤을 텐데요. 냉전은 소련 미국 같은 나라와 연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반도 신냉전’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냉전(cold war)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등장했습니다. 세계대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소비에트 연방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 간의 대결 양상을 말하죠. 냉전은 군사를 통한 전쟁(hot war)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대립과 다툼을 의미합니다. 실제적으로 냉전 체제 중 미국과 소련 간의 직접적인 전면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 두 진영 간의 치열한 대립이 발생했죠.
우리는 냉전→탈냉전→신냉전의 역사 과정 속에 살고 있습니다. 미·소 냉전의 뿌리였던 소련 사회주의 혁명은 70년 만에 붕괴됐습니다. 공산권이 무너지며 냉전이 종식됐죠. 그에 반해 중국 사회주의 체제는 70년이 지났고, 지금도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미·중 신냉전은 체제 이념은 다르지만 시장 경제의 보편성을 공유하는 만큼 미·소 냉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습니다. 신냉전이 쉽게 끝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이유죠.
몇 년 전부터는 미국 vs 중국·러시아 구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데요. 그에 맞춰 국제사회도 각자 편을 가르며 나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현상은 한반도에서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로 점차 선명하게 나눠지고 있죠.
한국 미국 일본은 안보 협력을 위해 뭉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오는 18일 워싱턴 인근 캠프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우리 세 나라 사이 3국 관계를 증진시킬 것
"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는 세계와 지역 안보 과제 해결,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 촉진, 경제 투명성 강화를 위한 3국의 공통 비전을 진전시킬 것이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의 의제는 북한 위협에 맞선 대응과 대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서 3국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에 이 같은 결속에 맞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일)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는데요. 러시아와 중국 고위 인사를 초청해 북중러 동맹을 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사절단을 동시에 초대한 건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이 중국과는 경제적 교류, 러시아와는 군사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죠.
미국은 러시아의 북한 방문을 비판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최신 무기를 살펴보고 회의하는 것 자체가 국제 평화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라는 것. 미국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등 북중러를 견제할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상황은 한국 정부조차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맞서는 북중러 연대 구도 보여주기"라고 할 정도로 대립 구도가 선명합니다. 정전 70주년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적 대결 구도가 한층 짙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