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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인지
일본 정부인지 헷갈립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다가올 쓰나미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4일부터 방류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걱정하는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태평합니다.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공포 마케팅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이 약속한 오염수 관련 사항 중 사소한 것이라도 변동이 생기면 방류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합니다.

21764_1692777714.jpg 23일 동구 일본 영사관 앞에서 진보당 부산시당 당원들이 일본 핵오염수 투기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방류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DB

안전하다고 자신 있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무총리도 장관도 아닌 차관이 나서 오염수 방류를 설명했습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지난 22일 방류에 대한 입장과 후속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비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일본 총리 앞에서 윤 대통령이 찬성해 놓고, 국민 앞에서는 민심이 안 좋으니까 도망가고 일개 차관이 나와 발표를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수산어업인들은 명절 선물 상한액 인상에 좋아했으나 오염수가 방류되면 판매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 이렇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타격을 주는 게 입증되면 그 때는 사태를 돌이킬 수 없습니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모니터링을 강화해도 사후약방문입니다.


지금 우려를 표하고 신중을 기하자고 하면 향후 전개될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우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일본도 압박을 받아 방류에 더욱 신경을 쏟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왜 포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1764_1692780743.jpg 후쿠시마원전에 핵 오염수를 처리하고 보관 중인 탱크가 보인다. 지지통신 AFP 연합뉴스

역대 어느 정권이 일본을 이렇게 신뢰한 적이 있었는지. 미래를 위해 일본과 협력할 것은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통 크게 양보할 게 아닙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 어느 것과 바꿔 먹을 수 없습니다.


일본이 주장하듯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국내에 두거나 자국 영토에 방류하면 되지 왜 굳이 다른 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경제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결국 돈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입니까. 일본의 어업인들도 방류를 반대합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이 나오자 중국 외교부는 일본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응 조처를 취하겠다"고 강하게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배포했습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입니다. 폭염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한번씩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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