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의무경찰제 재도입'으로 정했어요. 최근 잇따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며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의무경찰제 재도입'도 대책 중 하나에요. '의무경찰제 재도입'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흉기 난동은 지난달 21일 벌어진 신림동 사건을 시작으로 유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3일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고, 4일에는 대전의 한 고교에서 20대 남성이 교사에게 칼을 휘둘렀습니다. 19일에는 서울 도시철도 2호선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승객 2명을 다치게 했죠. 온라인에서는 '살인 예고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과거에도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은 종종 발생했지만 최근처럼 빈발한 적은 없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를 올리는 일도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봇물 터지듯 난무하고 있다는 점도 전례 없는 현상입니다.
연이어 발생하는 흉기 난동에 더해 살인 예고 글이 수도 없이 쏟아지자 경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범죄예방을 위해 방범순찰 등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인력 문제가 발목을 잡았죠. 이에 정부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폐지됐던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이상동기 범죄 대응 방안과 관련해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에서 "치안 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으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의무경찰'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합니다. 1982년 12월 신설됐다가 2017년 폐지 수순을 밟았고 올해 4월 마지막 기수가 합동전역식을 하면서 완전히 폐쇄됐습니다. 의무경찰은 ▷집회·시위 대응 ▷범죄예방활동 ▷교통질서 유지 등 치안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2017년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방안'을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2018년부터 의무경찰 인원을 매년 20%씩 감축해 지난 4월 완전히 폐쇄했죠. 의무경찰 폐지에 따른 업무 공백은 경찰관 기동대 신설, 청사 방호 업무 전담 인력 채용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폐지 4개월 만에 범죄와 테러,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속대응팀으로 3500명 정도, 주요 대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기존 방범순찰대에 가까운 인력으로 4000명 정도 등 7500~8000명 정도 인력을 순차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역 대상자의 의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병역 판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병력 자원의 범위 내에서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죠. 윤 청장은 "기존 범위 내에서 국방부와 우선순위를 협의하겠다"며 "7~9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력난에 시달려온 현장 경찰관들은 의경 부활을 반기는 기색입니다. 의경 폐지로 업무에 부담을 느껴온 경찰관들은 의경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죠. 하지만 병역 자원 감소가 의경 폐지에 결정적이었던 만큼 국방부와의 협의가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