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망 사용료'로 정했어요. 여러분은 최근 뉴스에서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화해하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SKB와 넷플릭스는 몇 년 전부터 '망 사용료' 때문에 소송전까지 벌이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송전을 끝내기로 협의했어요. '망 사용료'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18일 SKB와 넷플릭스는 해묵은 갈등의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SKB와 넷플릭스는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측은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하고, SKB와 SKT는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했습니다. 법적 분쟁을 이어오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변모한 것입니다.
SKB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라" vs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로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처럼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회사(CP)가 인터넷 망을 관리하는 인터넷 회사(ISP)에 망을 쓰는 대가로 내는 돈을 말합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건 2019년 무렵인데,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이용자 수를 점차 늘려가던 시점입니다. 넷플릭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망 증설 등의 비용이 많이 발생하자 SKB가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죠.
SKB는 망 사용료를 두고 넷플릭스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SKB는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는데 넷플릭스가 협장을 거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죠. 그러자 넷플릭스는 "SKB 같은 ISP가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SKB를 상대로 2020년 4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이용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있다"며 SKB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넷플릭스가 불복하며 즉각 항소했고, SKB가 반소를 제기하면서 2심으로 넘어간 재판이 최근까지 진행돼 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18일 갑작스럽게 SKB와 넷플릭스가 소송을 취하하고 협력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SKB와 넷플릭스 간 협상이 타결된 데에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양측 모두가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SKB는 경쟁회사인 KT·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IPTV 상품은 물론 결합 요금제를 출시하는 동안 혼자서만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넷플릭스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SKB와 넷플릭스의 소송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SKB가 소송에서 이기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벌어지거나, 망 사용료와 관련된 규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1심에서 패소했고, 앞으로 이길 거라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항소심과 상고까지 거쳐 망 사용료 판례가 확정되면 넷플릭스의 향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SKB와 넷플릭스는 기밀 유지 협약에 따라 어떻게 협력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측에서 망 이용 대가에 상응하는 비용을 SKB에 지불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