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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 중국 경찰 배치 추진하는 태국

by 연산동 이자까야

태국 정부가 주요 관광지에 중국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자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로 중국인이 사망하자, 중국 관광객을 안심시키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 선택이지만 이를 두고 '주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방콕 쇼핑몰. 연합뉴스

14일 현지 매체 네이션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관광청장은 중국에서 파견된 경찰이 주요 관광지에서 태국 경찰과 합동 순찰을 실시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경찰이 태국이 안전한 곳이라고 확인해주면 중국 관광객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관광객이 늘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당연히 태국에서는 비판 여론이 거셉니다. 중국 경찰이 독립 국가인 태국 영토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는 건 주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태국 정부 대변인은 "중국 경찰 배치는 태국 경찰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주권 침해와는 무관하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중국 경찰이 관광지에서 태국 경찰과 함께 순찰한다는 내용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태국은 왜 중국 경찰을 자국에까지 불러들여가며 관광객 유치에 목을 매는 걸가요?


태국은 관광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인은 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중 약 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연히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경제와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자 태국 정부는 중국 관광객을 다시 유치하려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비자 면제 영구화도 검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방콕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중국 관광객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관광객 입국이 주춤했고, 태국 정부는 '중국 경찰 배치'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셈입니다.


태국에서 벌어진 일이 '남의 나라 일' 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나빠지기 전만 해도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30%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였습니다. 이들이 탄 크루즈가 부산에 도착하면 서면·광복동은 중학생 몸집만 한 여행용 가방을 끌고 돌아다니는 중국인으로 붐볐습니다.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는데도 부산을 방문하는 전체 관광객 중 8.9%(부산관광공사 2023년 9월 외국인 관광객 부산방문 동향보고)에 달할 정도로 중국인은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우리나라 혹은 부산에 '관광객을 몰아주겠다'며 태국에서처럼 자국 경찰 배치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사드 배치 때와 비슷하게 실리를 포기하고 명분을 택할지, 아니면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실리를 취할지 궁금해지는 해외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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