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을 방법을 찾고자 200여 개국 대표단이 참가했습니다. 학계는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간다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추세대로면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2.5∼2.9도 올라 지구 온난화 한계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봤습니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오르면 최대 5000만 명이 인간의 생존 범위를 넘어서는 온도에 노출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목표를 이룰 방법 자체는 이론적으로 간단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이번 총회 의장이 이런 과학 상식과 어긋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인데요. 그는 지난달 21일 한 온라인 행사에서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인 매리 로빈슨의 질문에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석연료 사용 감축은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한다"고도 했습니다.
반박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COP28 각국 대표단에 "과학은 분명하다.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억제는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중단할 때만 가능하다"고 알자베르 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데이비드 킹 기후위기자문단(CCAG) 단장은 "COP28 의장이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것을 듣자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려되고 놀랍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안 그래도 기후 활동가들은 세계 6위의 석유 수출국인 UAE가 COP28을 개최하자 일명 '화이트 워싱'(더러운 곳을 가리는 행위)을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환경단체 '클라이밋 트레이스'(기후추적)와 조사한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했는데요. UAE의 배출 증가량은 7.5%로 평균치 1.5%의 5배에 달했습니다. 300개의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 세계 3억5200여 개 산업현장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 운송 과정에서 메탄 등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우리는 우주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며 ADNOC 소유 파이프라인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유출되는 지점이 표시된 지도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결국 알자베르 의장은 "맥락을 벗어난 한마디 발언이 와전되면서 엄청난 언론보도의 대상이 됐다.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ADNOC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한 그가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 상황을 반길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