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루시법'으로 정했어요. 여러분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신가요? 반려동물이 어디서 왔고, 엄마 아빠가 누군지는 알고 계신가요? 많은 반려동물이 '번식 공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태어나는데요. 번식장의 환경은 상상이상으로 열악해요. 번식장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나온 법안이 바로 '루시법'인데요. '루시법'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9월 경기도에 있는 한 번식장에서 개 1400여 마리가 구조됐습니다. 이곳은 정부 허가를 받은 '합법 번식장'이었지만 허락받은 개체 수를 훨씬 뛰어넘는 개들을 밀집 사육하다 관계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모견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편법 운영도 벌였죠. 그래서 아예 이런 공장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생산업소는 2000곳이 넘고, 판매업소는 4000곳에 이릅니다. 무허가 업소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동물생산업이 등록제로 제도권에 포섭됐고,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허가제'로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허가'를 통해 동물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없죠. 그래서 '반려동물 공장'을 없애고 너무 어린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자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바로 '루시법'입니다.
영국의 루시법과 흡사하다고 해서 '한국판 루시법'이라고 부르는데요. 2013년 영국의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에서 따온 법입니다. 루시는 6년간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을 앓다 사망했습니다. 영국의 동물단체가 사망한 루시를 통해 공장식 번식 문제를 사회에 알렸고, 많은 단체와 시민의 동참 끝에 2018년 루시법이 공포되기에 이르죠.
한국판 루시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기존에는 2개월 미만 반려동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었는데, 기준을 6개월 미만으로 올렸습니다. 60개월 이상의 나이 든 개와 고양이의 출산은 금지하고, 사육 규모도 100마리를 넘겨선 안됩니다. 특히 동물 경매장을 금지하는 조항도 신설됩니다. 모두 공장식 대량 번식 행위와 판매를 막는 내용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이 중 절반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등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번식 공장, 경매장, 펫숍을 통해 연간 20만 마리의 동물이 돈벌이 수단으로 거래되고 있죠. 동물단체들은 한국판 루시법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판매 업계는 "반려동물 생태를 모르는 법안이다" "일부 사업장의 잘못을 문제 삼아 산업 전체를 없애겠다는 발상이다"라며 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