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16. 2021

골목 정치의 퇴장

별명이 ‘골목대장’인 정치인이 더러 있습니다. 전두환은 1995년 12월 검찰의 소환장을 받자 연희동 골목에서 성명을 발표해 ‘골목대장’에 등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유럽 순방 때 “힘으로 이웃국가를 괴롭히는 bully”라는 야유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골목정치’가 유행했습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나 여론조사 경선을 도입하자 국회 대신 동네를 누비는 정치인이 많았거든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2016년 “(국회를 비워) 불성실한 의정활동을 하면 공천 심사 때 감점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재선에 실패하자 “골목 민심을 얻은 경쟁후보에게 패했다”는 촌평이 나왔습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올해는 골목정치의 쇠락이 두드러집니다.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입니다. 재선·3선을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박형준 후보의 바람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박 시장은 방송 토론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자기 동네에서만 유명한’ 경쟁자들을 압도했죠.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의 당선은 골목정치의 몰락에 화룡정점을 찍은 사건입니다. 미디어와 SNS를 통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이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자 “더 큰 정치를 하려면 골목을 벗어나 국민을 상대로 정치철학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네요. 15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역시 미디어 출연과 이슈 파이팅을 통해 지지세를 키워왔습니다. 


사실 골목정치를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구청장·군수나 구·군의원이 그들. 사실 국회의원이 법률 제·개정은 미뤄두고 동네만 헤집고 다니니 ‘구의원급’ 국회의원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었죠. 큰 꿈 꾸는 정치인이라면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권자 기준이나 평가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치권도 바뀌어야 한다. ‘이준석’식 비대면 선거운동이나 주제실천형 정치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에 버금가는 부산 집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