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18. 2021

"5G급 야반도주"와
불매운동

인도 동부 벵골인들이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당즙 결정체(설탕)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조선의 실학자 이규경까지 ‘점입가경의 맛’이라며 감탄했다네요. 설탕의 역사는 곧 노예의 역사입니다. 16~19세기 카리브해와 브라질·미국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간 흑인 노예가 1000만 명. 1791년 영국의 윌리엄 폭스가 “설탕 1온스(28g)는 인간의 살 2온스와 같다”면서 설탕 불매운동을 펼친 이유입니다.              


독일 남서부의 칼슈타트도 특산물인 포도주 불매운동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습니다. 칼슈타트는 인구 1200명 중 절반이 ‘트럼프’인 집성촌. 미국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자랑스러워할 법도 한데 실상은 정반대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을 때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할 때 칼슈타트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거든요.

KT농구단이 홈경기장으로 사용해온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의 텅 빈 모습. 국제신문

국내 불매운동의 대명사는 남양유업. 2013년 ‘갑질 사태’가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남양유업 제품 목록’이 공유됐습니다. 실제 매출이 떨어지면서 2018년에는 우유업계 2위 자리를 경쟁사에 빼앗겼죠. 제1호 소비자 불매운동 성공사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랬던 남양유업이 올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내용의 과장광고를 해 또 분노를 샀습니다. “남양이 또 남양했다”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 


프로농구 부산kt가 연고지 수원 이전을 결정하자 시민사회가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120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17일 KT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년간 부산 농구팬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KT 농구단이 야반도주하듯 떠나려 한다. 부산을 배신하고 달아나는 속도가 5G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불매운동을 통해 부산에서 KT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연 KT 불매운동은 ‘제2의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골목 정치의 퇴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