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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21. 2021

"악덕 기업을 버린다"

금요일이던 지난 18일. 부산항 북항 감만부두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뻔 했습니다. 컨테이너 운반 장비인 ‘리치 스태커’의 오른쪽 뒷바퀴(무게 500㎏)가 갑자기 빠져나가 화물차와 충돌. 그때 충격으로 바퀴의 테를 이루는 철제 ‘휠 림’이 이탈해 화물차 기사의 발목을 부러뜨립니다. 해양수산부가 보름 전부터 전국 항만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하는 와중에 또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니 노동자들의 불안이 클 수 밖에요.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882명이나 됩니다. 부산항은 특히 ‘공포의 일터’입니다. 지난 5월 23일에는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30대 노동자가 후진하는 지게차 뒷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3년간 부산항에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2명. 크고 작은 부상까지 포함하면 300건에 달하는 안전사고가 발생. 부산항뿐 아니라 올해 4월에는 경기도 평택항에서 이선호(23) 씨가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천물류센터가 20일 오전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도 “인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자회견에서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졌다. 쿠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 신고를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19~20일 SNS에는 쿠팡 탈퇴와 쿠팡 멤버십 해지 인증샷이 넘쳤습니다. 불매운동 징후까지 나타난다고 하네요. 한 쿠팡 회원은 “악덕기업 쿠팡을 과감하게 버린다. 비난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쿠팡불매 해시태그(#)를 올렸습니다. 


요즘 기업의 화두가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이라고 합니다. ESG의 첫 걸음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안전한 작업장 확보입니다. 정부 또한 살인기업 퇴출에 나서야 합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진화하다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52)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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