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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시험법',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정했어요. 우리가 쓰는 약과 화장품 등은 많은 실험을 통해 만들어져요. 실험을 사람에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동물이 희생되는데요. 동물의 희생을 막기 위해 동물대체시험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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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익과 목적을 위해 다른 대상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대상이 살아있는 생명체라 해도 말이죠. 교육, 시험, 연구 및 의약품 생산 등 과학적 목적을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을 '실험동물'이라고 부르는데, 쥐 토끼 원숭이 등 많은 동물이 오로지 실험을 위해 희생됩니다.


동물실험은 '품질 관리나 약품의 독성 및 안전성 평가' 등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실험을 위해 실행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실험은 사람에게 주어질 수 있는 고통을 사전에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대부분의 실험동물에게 고통과 억압을 유발합니다. 실험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등급은 A부터 E까지 5개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 E등급은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고통’ 정도를 나타냅니다. 2022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실험동물 499만5680마리 중 242만3155마리에 해당하면 53.9%가 최고 고통등급 E등급 실험에 동원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물실험은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받습니다. 또, 과학계 일각에서는 동물과 사람의 신체 구조가 다른데도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추정하는 방식이 비과학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9년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동물실험을 점차 줄여 2035년까지 포유류 동물실험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 유럽연합(EU)도 모든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험동물의 수는 ▷2020년 414만1433마리 ▷2021년 488만252마리에서 2022년에는 500만 마리에 가까운 개, 고양이, 쥐, 파충류 등이 실험에 쓰였습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을 위해 동물대체시험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시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동물실험 대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키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부득이하게 사용하더라도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시험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눈에 사용하는 약물의 안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토끼의 눈을 희생하는 대신, 사람의 눈 구조와 조직세포를 구현한 장기 칩을 활용하는 식입니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최신 기술도 이런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체 실험 사용료 감면 등 일부 법안은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인 동물대체시험법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들은 다섯 달 남은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국제 기준보다 뒤쳐진 국내 생명윤리 분야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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