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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동거혼',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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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등록 동거혼'으로 정했어요. 한국은 저출생을 넘어 초저출생 사회로 진입했는데요. 곤두박질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는 2024년 0.68명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2018년 1명 미만으로 주저앉은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떨어진데 이어 또다시 감소세를 보였어요.


한국의 출생률에 대해 로스 다우섯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0~40%를 사망하게 한 흑사병을 능가하는 속도의 인구 감소"라고 진단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미국의 대학교수는 한국의 출생률을 들은 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출생률은 심각한 수준이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생 대책 중의 하나로 등록 동거혼 도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등록 동거혼은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시청에 동거 사실을 신고하기만 하면 국가가 기존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 및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등록 동거혼은 결혼과 달리 배우자 가족과 인척 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동거 커플 각자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각자의 재산으로 보고 공동 소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동거 중 아이가 태어나도 남성은 자동으로 자녀 친권과 양육권을 갖지 못합니다. 별도의 친자 확인 절차를 밟아야지만 친권이 성립될 수 있죠. 다만 친권 성립 1년 이후라면 공동 양육권 획득이 가능합니다. 부모 상의에 따라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죠.


등록 동거 관계에 있는 커플은 결혼과 달리 시청에 해지 요청을 하는 것만으로도 등록 해소를 할 수 있습니다. 각자 재산을 관리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도 필요 없죠. 개인 호적에는 독신 지위가 유지됩니다. 등록 동거혼은 결혼에 비해 합치고 헤어지는 것이 쉽습니다.


등록 동거혼이 추락하는 출생률을 반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사실상 혼인 관계 사이에서만 아이가 태어납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2%에 불과하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이 약 40%라는 점과 비교했을 때 예외적으로 적은 숫자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결혼 제도에 묶이지 않고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법·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증거죠.


저출산위는 결혼을 하지 않고도 출산을 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등록 동거혼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도 중요한데요. 사회적 환경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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