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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후티 반군'으로 정했어요. 요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잖아요. 지금도 걱정되는 수준인데, 앞으로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어요. 요즘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에서 화약 냄새가 끊이지 않고 있거든요.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계인 이집트에 있는 운하로 물건을 실은 컨테이너선들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갈 때 지나는 길목이에요. 전 세계 컨테이너 해상 물류의 30%가 수에즈운하와 연결된 홍해를 지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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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요충지인 홍해에 붙어있는 나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곳을 지나는 민간 컨테이너선을 공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후티 반군은 배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어요. 선박과 선원을 억류하기도 했죠. 지난 15일에는 후티 반군이 아덴만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 회사 소유 선박이 이에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야흐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미국과 영국 선박뿐만 아니라 예멘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선박은 적대적인 목표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어요. 이렇다보니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대륙 남쪽 끝 희망봉 쪽으로 돌아가는 배가 늘고 있어요. 대형 해운사들이 줄줄이 홍해 바닷길을 피하는 등 정기적으로 홍해를 지나던 배의 절반 가량이 이렇게 우회 중이죠.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은 '군'입니다. 정확히는 '예멘 정규 정부군에 반대하는' 반군인데,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자이드파를 중심으로 조직됐습니다. 후세인 바르레딘 알후티에 의해 창단된 '후티'는 2004년 예멘 정부군의 공격으로 후세인이 사망한 후 본격적으로 무장을 갖추며 무장단체로 변모했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예멘도 영향을 받아 오랫동안 권위주의 독재를 하고 있던 살레 대통령이 물러나게 됩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예멘이 다시 통합 정부를 세우려고 했지만, 후티 반군이 반대를 하고 싸우기 시작하며 2014년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지게 되죠. 후티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예멘 수도를 장악했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하디 대통령은 간신히 살아나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가게 됩니다. 여기서 예멘 국민의 70%를 통치하고 있어 사실상 집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후티를 '반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이미 예멘을 점령한 후티가 사실상 정부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는 하디 정부이고, 후티가 이끄는 지금의 정부는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반군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예멘의 요충지는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수도였던 '사나'라는 도시를 차지할 정도의 반군이기 때문에 단순한 반란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소규모 무장 세력이 아닌 정부군에 맞먹는 규모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죠.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이란이 해상 지뢰, 미사일 드론 등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이기 때문이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하마스를 돕고 있는데, 후티 반군이 가만히 있을 순 없겠죠. 후티 반군은 전쟁 중인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로 향하거나 도움을 줄만한 선박을 노리겠다고 선전포고했습니다.


이에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은 지난 12일과 13일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거점을 공격했습니다. 후티도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홍해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죠. 미국 정부는 한국 등 다른 국가들도 합동 순찰 등에 힘을 보탤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투입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드리우는 전운에 또다시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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