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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06. 2024

피부색이 뭐가 중요하다고

오는 14일부터 한달 동안 독일에서 UEFA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독일 ARD방송이 대회를 앞두고 최근 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올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덩크슛을 하는 부산KCC 라건아 선수. 연합뉴스

'대표팀에 백인이 더 많아야 하느냐'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축구와 다양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조사 취지와는 별개로 질문 자체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주전 미드필더 요주아 키미히 등 독일 대표팀 내부에서부터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질문이 제정신이 아니다. 전쟁, 경제적 이유, 환경적 재앙 때문에 도망쳐와야 했던 사람들이 유럽에 많다"며 율리안 나겔스만 대표팀 감독까지 설문조사를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비판했습니다. 


독일 축구대표팀에는 과거 수십 년과 비교할 때 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선발되고 있습니다. 주장인 일카이 귄도안은 튀르키예 출신 부모를 뒀습니다. 공격수 레로이 자네는 부친이 세네갈 출신입니다. 모두 스타플레이어이자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입니다.


미국 정보당국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독일계 85.4%, 튀르키예계 1.8%, 우크라이나계 1.4%, 시리아계 1.1% 등으로 구성됩니다. 최근 수년간 독일에는 중동,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전쟁, 극단주의 폭력, 빈곤을 피해 유입되는 난민이 급증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경제성장 동력의 하나로 이민자들을 포용하려하지만 '이민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올해 초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 고위 당직자들이 '독일인이 아닌' 이민자를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이 정당의 인기가 상당합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의 설문조사에서 17%, 유고브 조사에서는 19%가 나와 기민·기사연합(CDU·CSU)에 이어 정당 지지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는 9월 옛 동독 3개주 선거에서 창당 이후 첫 주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문제의 설문조사에서도 백인이 더 많아야 한다고 답변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21%를 차지했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기만 할까요? 우리나라도 외국인노동자와 이민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센터이자 KBL 부산KCC의 우승을 이끈 라건아 선수는 미국인이었으나, 2018년에 귀화했습니다. 축구팀 K리그2 안산그리너스FC의 주축 공격수인 강수일 선수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이민자는 계속 늘 것이고 귀화 혹은 혼혈 선수 등도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질문을 던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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