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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04. 2024

8년 만에 재정비된 독립운동가의 묘

공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독립운동가 서훈을 받지 못하면서 묘소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 고 안성녀 여사의 묘소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8년 만에 재정비됐습니다.

안성녀 여사의 묘가 8년 만에 재정비됐다. 아래 사진은 정비되기 전 안 여사의 묘지 모습. 부산 남구 제공

안 여사는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로 불렸습니다. 안 여사는 1910년부터 광복 때까지 만주 등지에서 활동하며 군복을 제작·수선하고 군자금을 몰래 지원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이유로 당시 일본군에 붙잡혀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온 안 여사는 1954년 부산 영도구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는 공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국가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 여사는 돌아가신 이후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했고, 묘소는 마지막 주거지였던 부산 영도구 일대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묘소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1974년 남구 천주교 묘역으로 옮겨졌고, 지금까지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2005년 8월 1일 자 국제신문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독립운동가 서훈이 없었던 탓에 부산 남구는 예산으로 안 여사의 묘역을 재단장할 수 없었습니다. 묘역이 위치한 남구가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자 한 민간 기업이 지원을 해 이번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남구가 공식적인 안 여사의 묘역 정비에 나선 것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안 여사의 묘역은 지난 8년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탓에 봉분과 석대가 무너지다시피 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석축 시공, 봉분 둘레석 조성, 일대 토양 평탄화 통한 참배 공간 정비 등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한 민간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합니다.  


국가운동가 서훈을 받지 못해 지자체 예산으로도 묘역 정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데 이번에 정비를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앞으로 일상적으로 안 여사 묘역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았으면 합니다. 독립운동가 정신을 기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일입니다. 이참에 부산 시민이 안 여사를 기억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그 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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