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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03. 2024

박제가 되어버린 호랑이를 아시오?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사망한 동물은 귀중한 것들을 남기기도 해요. 동물이 사망한 뒤 남긴 가죽과 뼈 등을 이용해 살아있을 때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동물 박제'라고 하는데요. 라노가 다닌 대학교에는 동물을 박제해 전시해놓은 박물관이 있어서 자주 볼 수 있었죠. 여러분도 동물원이나 전시관, 박물관 등에서 한 번쯤은 동물 박제를 접한 적 있을 거예요.

지난달 19일 사망한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의 생전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동물 박제는 종종 도마 위에 오르는 논쟁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박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과 동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죠. 최근 서울대공원이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의 박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동물 박제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습니다. 


2018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살아가던 태백이가 지난 4월 19일 폐사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온 태백이는 먹이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고, 급성 간담도계 질환으로 결국 사망했죠. 서울대공원은 연구 자료 활용 목적으로 태백이의 박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나, 일부 시민들은 박제 의사를 철회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서울대공원에 앞서 제작한 시베리아 호랑이 4마리의 박제 표본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태백이의 박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제 명을 살지 못하고 사망한 동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비난도 들렸습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살아온 호랑이가 죽은 뒤에도 전시실에서 사람들에게 전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큰 반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박제된 시베리아 호랑이 코아(앞)와 한울(뒤).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은 자연사한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 동물을 박제로 제작해왔습니다. 대공원은 앞서 '낭림' '코아' '한울' '강산' 등 시베리아 호랑이 총 4마리를 박제하기도 했습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입니다. 대공원 측은 "자연사의 기록이자 후대의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태백이를 표본으로 제작해 보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죠. 


실제로 동물 박제는 자연과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됩니다. 멸종한 동물을 기록하거나 후대에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표본 역할을 하는 것. 멸종위기 동물들의 종 보전을 위해 동물의 생태적 모습과 DNA를 후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사진과 영상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실물로서의 기록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이 됩니다. 


동물단체 또한 동물 박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리품처럼 동물을 박제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거래를 하기 위한 동물 박제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공영 동물원에서 병사한 멸종위기 동물을 박제한다는 건 자연사적인 기록 보전의 의미가 있죠. 또 동물원에 전시되는 동물을 박제로 일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시 동물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효과도 있어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 박제만 놓고 본다면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동물 박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심장질환과 열사병으로 사망한 서울대공원 호랑이 '수호'도 시민들의 반대로 박제 대신 사체 소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서 2018년 대전오월드를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도 교육용 박제가 거론됐다가 시민들의 반발로 철회됐죠. 사회적 공감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박제가 무산된 것인데요. 태백이의 박제 결정은 사회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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