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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26. 2024

"센강에 똥 싸자!"

최근 #JeChieDansLaSeineLe23Juin’라는 해시태그를 단 사이트가 등장해 전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6월 23일 센강에서 똥을 싼다'는 뜻입니다.

‘6월 23일 센강에서 똥을 싼다’ 사이트 [‘#JeChieDansLaSeineLe23Juin’ 사이트 캡처]

즉, 파리시민에게 센강을 오염시킬 것을 선동하는 사이트입니다. 23일을 거사일로 정했던 이유는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이곳에서 수영하겠다고 약속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시민이 파리 중심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입력하면 언제 배변해야 거사일 정오에 오물이 중심부로 도달하게 될지 알려주는 계산식도 제공했습니다. 사이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시장을 향해 "그들은 우리를 똥 속으로 빠뜨렸고, 이제 그들이 우리의 똥 속으로 빠질 차례"라고 했습니다.


왜 하필 센강일까요. 파리를 관통하는 이 강에서는 이번 올림픽 철인 3종 수영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이 치러집니다. 하지만 대장균 등 세균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 선수들 안전을 고려하면 경기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수영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한 곳으로 만들면 된다며 센강 정화 사업에 현재까지 최소 14억 유로(약 2조815억 원)를 들이부었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썼음에도 수질은 여전히 수영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파리시가 지난 1∼9일 센강 수질을 분석한 결과 대장균이 유럽의 수영 지침과 국제3종경기연맹의 기준(100mL당 1000개)을 넘어섰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파리 시민도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문제의 사이트가 등장하고 상당한 호응을 얻은 이유입니다. 사이트를 개설한 익명의 프로그래머는 현지 언론을 통해 "문제는 지금까지 투자된 모든 자원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버려진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그들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었는지 안다"고 했습니다. 


거사(?)는 실패하거나 미뤄졌습니다. 파리시장이 강 수위가 높다며 지난 23일 수영을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올림픽 개막 전까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사이트 개설자는 애초 자신의 목표는 아이러니한 해시태그를 통해 농담하는 것이었다면서도 "사람들이 정말 센강에 똥을 싸거나 전투적인 행동을 할까? 그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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