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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12. 2024

'필리버스터', 이거 아나?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필리버스터'로 정했어요. 최근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국이 급랭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 통과시켜야 해!" vs "채상병 특검법 필요 없어!"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죠. 거대 야당은 의석수로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였고, 여당은 "정쟁용 특검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습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란 주로 소수 정당이 다수 정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뜻합니다. 해외에서는 장시간 연설이나 의사진행 및 신상 발언,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 제의, 출석 거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 필리버스터는 대체로 무제한 토론을 의미하죠. 국회법 제106조 2항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실시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필리버스터는 1948년 제헌의회 때 도입됐습니다. 1964년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필리버스터를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죠. 김 전 대통령은 김준연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필리버스터로 막아냈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부당한 구속동의안에 맞서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함으로써 임시국회 회기를 마감, 구속동의안을 무산시킨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당시 국회 최장 시간 발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단독 의사진행을 막기 위한 소수당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뿐입니다. 1964년 이후 필리버스터가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진행 저지라는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3일 돌입했던 필리버스터도 마찬가지였죠.


국민의힘은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단독 상정에 항의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지만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직후부터 자리에서 졸거나 본회의장을 뜨는 의원들이 속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해달라는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고,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됩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마자 종결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며 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켰습니다. 민주당이 전체 300석 중 175석을 가진 만큼 필리버스터는 24시간 뒤 종료될 것으로 애초부터 예상됐죠.


여야는 고성과 언쟁을 이어가며 반발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을 강행, 필리버스터 종료가 가결되면서 24시간 3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여당은 앞으로도 거대 야당의 법안 처리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설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필리버스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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