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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26. 2024

'보호출산제', 이거 아나?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보호출산제'로 정했어요. 세상에는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아동'이 있습니다.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런 아이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사실 자체를 국가와 지자체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의무교육을 받거나 예방접종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학대 유기 매매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난 19일 정부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를 시행했습니다. 두 제도 모두 유령아동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출생통보제의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를 도입했죠. 출생통보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을 거쳐 지자체에 아이의 출생을 통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의 시행으로 출산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위기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이에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됐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한 뒤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합니다. 미등록 아동 방지에 초점을 맞췄죠. 임산부는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후 최소 7일간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아동을 인도할 수 있죠.


다만 이 제도는 '최후의 수단'으로 쓰입니다. 보호출산은 각종 지원에 대해 안내를 받고 정서적 상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려운 위기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죠.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 대체)가 생성되고, 임산부는 이를 사용해 병원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습니다.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는 지난해 6월 수원 장안구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4~5년 전 친모에게 살해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그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범행은 출생 미신고 사례 조사 중 드러났죠.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생 아동 중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아동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서 감춰왔던 영아살해·학대치사 사건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습니다. 여러 이유로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없거나, 출산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아이를 방임·살해한 결과였죠.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출생신고의 의무를 전적으로 부모에게만 맡겨왔습니다. 출생신고는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 중 하나지만, 어떤 부모는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기도 합니다. 현행법상 출생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 탓에 전국에서 유령아동이 속출했죠. 한국 출생신고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합법적 비밀 출산의 길을 터놓는 제도인 만큼 생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아동 유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고아권익연대는 보호출산제를 폐지하고 양육 지원을 강화하라고 촉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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