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해가 뜨겁다 못해 따가운 요즘, 집 밖으로 나가기도 무서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라노는 며칠 전, 화재 사건으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덥다고 불평하던 라노를 무색해지게 만드는 장면이었죠. 얇은 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더위 때문에 축축 처지는데, 뙤약볕 아래에서 두꺼운 방화복을 착용하고 화마(火魔)와 싸우는 소방대원들은 얼마나 덥고 힘들까요.
지난 3일 전북 익산소방서 산하 여산지역대 소속 A 소방위가 근무교대를 30여 분 앞둔 오전 8시 30분께 근무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A 소방위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그는 사망 전날 오전 9시부터 교대근무에 나서 하루 새 6건의 현장 출동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차량 화재 진화 1건, 구급 출동 2건, 벌집 제거 등 구조출동 3건 등이었습니다. 그날 익산의 낮 최고 기온은 34도에 달했죠.
소방대원들의 여름철 온열질환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북 남원시 공장에서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탈진으로 화상을 입었습니다. 2021년 전북 포항에서는 구급환자를 병원에 인계하던 중 한 소방대원이 실신했고, 2020년에는 경남 김해시 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 3명이 탈진했습니다.
화재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착용하는 방화복은 두껍고 통풍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대신, 상승하는 체온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합니다. 상하의 방화복과 안전모, 보호장갑, 안전화(安全靴), 공기호흡기 세트, 방화두건 등을 전부 착용하면 20kg에 달합니다. 열 배출이 되지 않는 무거운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활동하는 소방대원들의 방화복 내 온도는 45도를 훌쩍 넘습니다. 방화복 속은 마치 사우나와 같죠. 폭염에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열사병이나 탈진 등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소방청은 소방대원들의 온열질환 방지를 위해 더운 여름날 대규모 화재현장 등 장시간 현장 활동이 예상되는 경우에 현장활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수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현장 교대조를 편성·운영하도록 합니다. 재난현장 회복지원차와 그늘막을 현장에 배치해 소방대원에게 휴식과 회복 시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죠.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지침은 무용지물입니다. 항상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에게는 교대조를 편성할 인원조차 없습니다. 출동 인원도 부족한 소방센터가 많은데, 예비 인원을 차출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길중 부위원장은 인원 부족 문제만 해결되면 소방공무원의 온열질환 발생 건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방화복이 굉장히 두껍습니다. 방화복을 입고 출동하면 머리 쪽으로는 40~50도의 열이 넘나들죠. 그래서 한번 출동한 뒤에는 어느 정도 쉬어야 하는데, 소방대원들에게는 회복 시간이 아예 없습니다. 인원이 부족한 탓에 계속 현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화재·구급 출동뿐만 아니라 생활구조 건수도 많아지면서 출동 횟수가 훨씬 늘었습니다. 방화복을 입고 화재 진압을 하면서 온열질환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날에 잦은 출동으로 인해 온열질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소방공무원을 늘려서 교대조를 편성하고, 출동 횟수만 줄여도 온열질환 발생 건수는 훨씬 줄어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