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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ug 16. 2024

'건국절', 이거 아나?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건국절'로 정했어요. 지난 6일 국가보훈부가 새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김형석 관장을 임명하자 반발이 잇따랐습니다. 앞서 독립유공자의 대표 격인 광복회가 김 관장의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왜곡된 역사관의 뉴라이트라고 지목했기 때문이었죠. 김 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은 건국절 논란으로까지 비화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부 들어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도 그럴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회는 김 관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관장의 임명에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면서 15일 광복절 정부 행사 참석까지 거부했죠.


광복회가 문제 삼은 '뉴라이트'는 보수·우익 성향 또는 반체제적 저항운동 단체나 운동을 지칭합니다. 국내에서는 2004년경부터 기존 우파 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뉴라이트 운동이 활성화됐죠.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있고, 덕분에 근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 시점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건국론' 등의 주장을 한다고 평가받습니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서울대 이영훈 교수 중심의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은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이 아니라,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이라는 주장이었죠. 


우리나라는 1919년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죠. 독립운동단체가 건국론을 비판하는 이유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고 있는 헌법을 부정하고, 1948년 정부 수립 시점이 건국 시점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1948년 이전에 국가와 국권이 없었다는 뜻과 상통해 한일합병·강제동원·위안부 등 식민 지배의 문제에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식 대응을 자제하던 대통령실은 파장이 커지자 건국절 추진설을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광복절 정부 행사 참석을 거부하는 이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을 보내기도 했죠. 그럼에도 광복회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건국절을 안 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공식적 액션이 있어야 믿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 관장의 임명을 속히 철회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정부는 임명 철회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15일 치러진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결국 각각 치뤄졌습니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경축식에 불참하고 자체 기념식을 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념과 정파 구분 없이 기념해 온 광복절 경축식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쪼개진 상태로 개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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