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통한 일종의 간접선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권자가 기표한 표는 우리처럼 후보에게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에게 갑니다. 이 선거인단은 유권자들이 선택한 후보를 선출하는데, 이 선거인단을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한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갑니다. 전체 득표수와 별개로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합니다.
투·개표 이후 취임 때까지 일정과 절차도 우리나라와 조금은 차이가 있습니다. 미 대선에서는 개표가 진행되는 중에도 한쪽이 분명한 우위를 보이고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면, 다음 날부터 정권 인수 절차가 시행됩니다. 연방총무청(GSA)은 우선 정·부통령 ‘잠정 당선인’에게 정권 인수를 위한 사무실 공간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GSA 주관 오리엔테이션과 국가안보와 관련한 기밀 정보 브리핑도 시작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처럼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후보는 막판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계적으로 동률 구도로 분석될 정도로 초박빙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입니다. 선거 후 5일 안에 분명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때는 이들에게 동등하게 정권 인수 관련 GSA의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후 각 주에서 개표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면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에 맞춰 12월 11일 주별 선거인단 명부가 확정됩니다. 12월 17일 주별로 선거인단이 투표하면 각 주는 그 결과를 12월 25일까지 연방의회에 띄웁니다.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연방 의회가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고, 주별로 송달받은 선거인단 투표를 집계한 뒤 이를 인증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로써 1월 20일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앞선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됩니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269명씩 확보하는 극히 드문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선거인단이 유권자들의 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12월 17일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 투표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후보들의 득표가 동수인 상황이 유지되면 하원이 대선 결과를 결정합니다. 435명의 하원의원이 각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주(州) 단위로 투표합니다.
투표 이후 복잡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패배 시 선거 불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발언들을 해왔습니다. 공화당 측은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사전투표와 관련한 소송까지 제기해 둔 상황이라 개표부터 개표 결과 인증 때까지 또 하나의 대치 전선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직전인 2020년 대선 때는 일명 1·6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극렬지지자들이 대선 결과 확정을 위한 마지막 절차였던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