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몇 명이 필요할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합니다. 모두 '숫자'와 관련한 대립인데요. 우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재적 의원 200명 이상 찬성'을 두고 치열하게 싸웠죠. 이어 헌법재판관을 6명만 둘 것이냐, 9명 체제로 복원할 것이냐를 놓고도 신경전을 이어갑니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가결 기준을 몇 명으로 할지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습니다.

21764_2584849_1735288808075008443.png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발의하려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며 잠시 보류했는데요. 이틀 뒤인 26일 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 운영 체제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의원 170명 명의로 발의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절차를 개시한 것인데요.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합니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가 헌정사상 처음이다 보니 의결 정족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습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기준이 모호해졌습니다.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중 어느 쪽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논쟁이 시작된 것인데요. 이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탄핵 가결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을 기준으로 합니다. 국무총리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151석)이 찬성하면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려면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맞섭니다. 여야가 의결 정족수를 두고 대립하는 이유는 기준에 따라 표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과반 찬성 기준이면 야당 의석수(192석)만으로도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면 국민의힘에서도 이탈 표가 나와야 하죠.


결국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당의 반발은 여전히 거셉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151석 이상'으로 판단했는데요. 국민의힘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정족수가 3분의 2인 이유가 뭔가. 국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이 과반으로 탄핵당하면 상시적 국정 혼란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과반으로 한 대행을 탄핵하면 다음 대행도 과반 탄핵당할 것이고 국정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표결은 투표가 불성립해 원천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판단도 모호합니다. 지난 23일 민주당 김한규 의원에게 "권한대행 취임 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5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게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중에 있을 경우에는 탄핵 대상이 되면 대통령에 준해 대통령에 대한 가중 정족수의 적용을 받는다는 견해가 보도된 바 있다"고 답했죠.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안 의결 정족수가 '국무총리 기준'일 수도, '대통령 기준'일 수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양곡관리법', 이거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