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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정국에 가짜뉴스 기승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짜뉴스가 무엇일지 고민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조선 중종 때 조광조에서 비롯돼 발생한 '그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수선한 조정을 바로잡기 위해 급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조광조는 훈구파의 불만을 사게 됩니다. 훈구파는 뽕나무잎에 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자를 적어 벌레들이 갉아 먹게 했죠. 이 잎을 증거 삼아 조광조가 왕이 되려고 역모를 꾸민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렸고, 조광조는 누명을 쓰고 사약을 마시게 됩니다. 이렇듯 가짜뉴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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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극우 유튜버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기승을 부립니다. 이들은 계엄령 선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동조하면서 '지난 4·10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습니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한 뒤에는 '탄핵 찬성파가 곧 종북 세력'이라는 주장을 반복했고요.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시민을 상대로 '탄핵 집회 중국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죠. 남태령 시위는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등 종북 좌파 세력이 불법 시위꾼에게 사주한 것'이라고 매도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극우 유튜버와 일부 누리꾼이 퍼트린 가짜뉴스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들은 '특정 정치 세력의 자작극' '북한의 대남 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항공기 사고 영상을 제보한 시민을 향해 '사고가 날 것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사고를 수습하던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퍼지기도 했죠. 사고 여객기 기체의 과거 이력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확산됐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재난안전분야의 허위정보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는 "재난·안전사고에서는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의 공백을 메우고 일반 대중과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짜뉴스가 폭증한다고 설명합니다. 요즘의 탄핵 정국과 대형 참사처럼 심각한 상황이 반복될 때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죠.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됩니다. 유튜브가 진원지나 다름없습니다. 일부 극우 유튜버가 가짜뉴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음모론을 퍼 나르고 가짜뉴스를 만들면 일반 대중과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이는 곧 수익으로 연결되죠. 이런 이유로 극단적 주장을 내놓거나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제어하기 어려운 '가짜뉴스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짜뉴스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가짜뉴스 생태계'로 더 많이 뛰어들기 전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본인에게 가해질 리스크가 거의 없는 수준과 마찬가지니까 계속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가짜뉴스로 인해 처벌받을 가능성과 벌어들일 수입을 계산했을 때 손실이 없다고 판단했겠죠. 우리나라 가짜뉴스는 사회 전체 방향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가짜뉴스로 인해 처벌을 안 받는 게 문제인 겁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모욕성 게시글과 악성 유튜브 영상 총 70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6건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죠. 이 중 3건에 대해서는 영장이 집행됐고, 나머지 3건은 법원의 발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5명 규모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부산경찰청이 수사하는 대상은 악성 게시물과 댓글 4건입니다.


나라가 혼란하면 온갖 낭설이 돌기 마련입니다. 강력한 처벌로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비방을 근절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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