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대통령경호처'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3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에 막혀 무산됐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사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는데요. '경호처는 대통령 사병 아니다' '경호처는 헌법 수호 의무를 다해야 할 행정기관이지 윤 대통령 사조직이 아니지 않은가' '경호처라는 국가기관의 물리력을 동원해 법원·공수처라는 다른 국가기관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 이게 내란이다' 등 사설을 통해 경호처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대체 어떤 곳이길래, 영장 집행까지 막는 것일까요.
지난 3일 현직 대통령에게 공수처가 직접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가로막았죠. 경호처는 소속 경호원을 총동원하고,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수도경비사령부 제55경비단까지 지휘해 대통령 관저 200m 앞에 겹겹으로 인의 장막을 쳤습니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호구역을 지정해 대통령의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경호법을 근거로 체포영장 집행을 제지했는데요. 결국 체포 인력은 5시간 26분 만에 관저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날 대통령경호처가 저항한 배경에는 '경호처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절대 안전 보장을 존재 이유이자 숭고한 사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경호처는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대통령 등의 경호를 담당합니다. 경호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격하·승격되는 역사를 거쳤는데요. 현재는 차관급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건국 초기 대통령의 경호 업무는 경찰 몫이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경호는 1949년 창설된 '경무대경찰서'가 맡았죠. 4·19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수립된 1960년부터는 서울시경 소속 '청와대 경찰관 파견대'가 대신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 경호 체제는 1963년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청설된 '대통령경호실'은 그간 경찰이 담당해 왔던 대통령 경호 업무를 전담하게 됩니다. 제4공화국까지 차관급이었던 경호실장은 1974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중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을 계기로 장관급으로 격상하죠. 이 사건으로 경호실장이 수도경비사령부까지 지휘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는데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독립기관으로 존재했던 경호실이 대통령실 산하 경호처로 들어가면서 장관급이던 실장이 다시 차관급의 처장으로 격하됐습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경호처장의 위상이 불필요하게 높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였는데요.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호처는 다시 독립기관인 대통령경호실로 바뀌며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대통령령의 대통령경호실 직제 등 관련 법령도 별도로 만들어지면서 경호 조직의 힘은 더 강해집니다. 경호실장은 다시 장관급 대우를 받게 되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7년 경호실을 해체하고 경찰청 산하 대통령경호국으로 조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장관급이던 경호실을 차관급 경호처로 하향 조정하는 수준에서 끝났는데요. 윤석열 정권 들어 다시금 경호처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경호처 예산은 2022년 970억 원에서 2025년 1391억 원까지 증가했고, 인력 역시 같은 기간 698명에서 758명으로 60명 늘어났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경호처는 벼랑 끝에 선 형국입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박 처장을 내란 혐의로, 경호본부장·경비안전본부장 등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각각 입건했습니다. 야권에서는 경호처 해체와 대통령 경호 업무의 타 기관 이관을 주장하고 나섰죠. 경호처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