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구속 국면을 거치면서 각종 뉴스가 넘칩니다. 혼란한 정국을 틈타 가짜뉴스도 쏟아지는데요. 그러자 정치권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며 총력전을 선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파출소', 국민의힘은 '진짜뉴스 발굴단'을 꾸렸죠. 정당이 직접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허위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인데요. 하지만 오히려 조작된 정보를 퍼다 나르거나 불분명한 제보를 토대로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권이 가짜뉴스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6일 가짜뉴스를 신고하는 플랫폼인 민주파출소를 개설했습니다. 민주파출소 운영을 주도하는 전용기 의원은 "가짜뉴스를 커뮤니티나 카카오톡을 통해 단순히 퍼 나르는 행위도 내란 선동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단순히 퍼 나르는 일반인이라도 단호하게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고발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죠.
민주당은 "제보를 받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의혹을 제기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은 내부 제보를 받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용산을 빠져나와 제3의 장소로 도피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대통령실은 이를 즉각 부인했습니다. 당일 윤 대통령이 관저 내에 있는 영상도 공개됐죠. 추미애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던 당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실탄을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제보를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경호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했죠.
국민의힘 역시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에 진짜뉴스 발굴단을 꾸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커뮤니티에 퍼진 가짜뉴스를 그대로 가져와 논평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며 '가짜뉴스 제조공장이 됐다'는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또 문 대행이 문제의 댓글을 지우기 위해 윤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중 자리를 비웠다는 카드뉴스를 유포했죠. 하지만 이는 조작된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통된 허위 정보였습니다. 이후 사진이 합성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조작 사진인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법관으로서 문제 제기나 조치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거짓 주장과 사과가 이뤄진 하루 사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은 음란 게시물을 이유로 문 대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5일 진짜뉴스 발굴단은 ‘민주노총 노조원들에게 머리를 맞아서 경찰 한 명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의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의 보도자료는 삭제됐죠. 지난달 9일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국 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했다. 중국 특파원들은 중국 공산당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 대표와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중국 정부에 보고될 우려가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간담회는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 외신기자들이 참여한 자리였습니다.
거대 야당과 집권 여당이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허위 정보 확대·재생산의 주축이 된 셈입니다. 정치권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언론사와 유튜버가 그대로 보도하면 시민은 '이것 봐, 정치권에서 그렇다고 하네. 진짜인가 봐'라며 속게 됩니다. 이런 정보는 다시 SNS와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재확산되죠. 정치권은 '왜곡된 정보를 사실처럼 전파하면서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